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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06 07:58:57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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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의 共感同感] 요양보호사로 취업한 친구를 만났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사는 친구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일도 아니야, 똥 기저귀 가는 일만 잘 하면 되”라고 그곳 생활을 일축하는 주름살 진 눈가 환하다.

 

모든 생명은 그들만이 지닌 향이 있다. 봄꽃향기 맡으며 지나온 시간 오월은 아카시아와 장미가 향을 찌를 차례다. 기저귀 가는 일이 일도 아니라고 한 위대한 울력가 친구에게서 거스를 수 없는 연륜을 본다.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나간다

 

윤동주<달같이>시를 보면서 침상에 누운 사람이나, 대상자를 케어 하는 손길이나 창가에 뜬 달은 다 같이 바라보고 공유한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회의식 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가는 노년의 모습을 보면 우렁차게 태어났을 생의 연대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구부러지고 주저앉은 허리뼈로 인해 낮아진 키, 관절염으로 휘어진 손가락, 산다는 것의 행복과 즐거움 상실한 팔자주름, 나를 잊어가는 자식이란 업이 누렇게 빠져나가는 소변 줄, 차는 달의 싱싱한 울음을 보았다면 기우는 시간의 빛이란 이런 그림이 아닐까.

 

요양보호사 일은 예전 파독간호사가 하던 업무의 세분화라 한다. 그들이 부상당한 병사를 간호하고 기저귀를 갈며 이루어지던 긴급하고 다양한 일들은 얼마나 희생적이고 숭고한가. 일을 하면서 공부한 것을 내게 얘기하는 친구 얼굴에 염화미소가 스민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달이 없는 밤이다. 민들레와 냉이꽃이 흔들리고 흔들린다. 생명의 처소는 이처럼 위태롭고 아름답게 순환한다. 계절은 어떤 바람을 피워도 영혼을 가진 사람의 희망을 꺾지 못 한다.


오늘도 친구의 손은 늙음을 보듬는 향기에 배일 것이다. 달이 자라는 고요한 시간처럼 인생을 품은 안온한 손길이 있는 사람의 길들, 함께 나누고 싶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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