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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31 08:33:51
  • 수정 2022-04-13 0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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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상쾌한 기분’이란 꽃말을 가진 금계국이 청사초롱 등같이 환하다.


노란색의 상징적 의미는 ‘찬란한 느낌’과 ‘행복’이라 하니 바람과 잦은 비에 우울한 마음이 덜어지는 기분이다.

 

유월을 밝혀줄 책임을 가지기라도 한 듯 그저 웃기만 하는 작은 병사들을 보는 일도 밖을 나서야 한다. 시간이 있는 날은 몸이 먼저 밖에 나가자고 밀어내니,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 신고 천변에 나가 볼 일이다. 나무 데크를 따라 내려오는 좌우 경사진 언덕에 어찌 그리 잘도 피어 나를 상쾌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큰주홍부전나비들이 보랏빛 지칭게와 토끼꽃에 앉아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그 모습이 지친 일상을 숨 고르게 해준다. 물가, 낮은 지대를 따라 부들의 키가 쑥쑥 자란다. 그 뿌리로 물이 정화되어 팔뚝만한 붕어가 펄떡이며 살아가고, 텃새가 되어버린 오리들은 먹이사냥에 분주하다.


그늘 드리운 다리아래 벤취에 앉아 동화 같은 시간과 마주하니 마음 일렁이는 복잡한 터에 새살이 돋는다. 삶은 어두운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이런 순간에 쓰라고 남겼나보다.

 

바람이 분다. 딱정벌레인 중국청남색잎벌레가 꼭 껴안은 긴 풀잎이 간들간들 움직인다. 바람을 불평하지 않는 작은 곤충이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처럼 나도 여유롭고 싶어진다. 새들은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번역기가 없어도 알 것 같다.

 

경벽인수도 (후미진 곳에 어느 누가 올 것인가)

춘심주반감 (봄이 한창이니 술이 얼큰이 취했네)

화광미두곡 (꽃 피니 두씨 마을인가 싶고)

죽영사성남 (대 그림자는 성남과 비슷하구나)

장소수무사 (휘파람 길게 불어 네 시름 다 날리고)

행가악유삼 (오가며 노래 부르니 세 가지 즐거움 생기도다)

정중자미재 (고요한 가운데에도 재미가 있으니)

기시세인암 (어찌 세상 사람들이 이걸 깨달을 수 있으랴)

 

이인로의 만흥(漫興)~흥이 나는 대로, 제목의 시다. 꽉 찬 봄의 시간을 저녁 밥상 물리 듯 보내야 할 즈음, 새와, 물, 꽃 피는 소리 들으며 음미해도 좋은 시 한수.

 

금계국 길을 걸으면 행복 보장이다. 함부로 만지거나 꺾어 화병에 꽂을 수 없는 노란빛 행복 오래도록 보고 싶다. 찬란해서 살아갈 시간 지치지 않게 화인으로 남길 아름다운 무대여.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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