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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18 08:49:39
  • 수정 2022-04-13 07: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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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람을 얻기 위한 이성계가 시험의 화두로 ‘내 눈에 당신은 돼지같이 보인다’고 하니 ‘내 눈에 왕은 부처님같이 보인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성계가 정말 그러냐고 기분 업 되어 반문하자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입니다’라는 ‘불시불 돈시돈’, 우리가 요즘 많이 쓰는 말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의 유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별 생각 없이 사용하던 궁금증의 열쇠가 풀리니 세상에 그냥 나온 그 무엇은 없다는 마음이 든다.

 

떼창으로 울던 매미 울음 약해지고 있다. 암컷의 구애와 관심을 끌기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가 사람의 귀로 들었을 때 70데시벨 넘는 소음공해로 들린다. 한적한 숲길은 옛말이다. 어둠에서 7년 가까이 묻혀 살다 이십 여일 짧은 생애를 그악스런 울음으로 한풀이 하듯 사는데, 그걸 시끄럽다 참아주지 못 하는 좁은 소견이라니.

 

날마다 아침이면 하루가 다르게 길어가는 아이비 마른 화분에 듬뿍 물을 준다. 꺾어 어떤 용기에 꽂아 두어도 뿌리를 내리고 곁가지를 만드는 생의 활로를 본받는다. 투정이 없는 저 평온함은 대체 어떤 도를 깨달아야 묵언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인가.

 

함부로 부정 가득한 생각, 말, 행동이 결국 내게 상처와 후회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반복의 경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부정과 불합리한 모순, 체제와 냉혹하고 혐오스러운 일들이 범람하고 있다.

 

각자 마음 안에 변화하는 계절 산들바람을 시원하게 느끼고, 꽃이 마르고 새로운 꽃이 피어올라 가을꽃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얼마나 조급하게 살고 있는지 영영 깨닫지 못 하며 살아 갈수 있다.

 

시간이 구름처럼 빠르게 형체를 지우며 날아간다. 순리대로 사는 것이지만 아까워 무엇이든 하고 싶다, 놓아버리고 고요하고 싶다. ‘나’에게서 ‘우리’로 가는 눈과 마음의 키를 확장하여 돌아보고 싶다. 예쁘고 따뜻한 언어로 새보다 더 명량하고 곱게 그대를 위한하고 싶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Good is Good). 각설탕보다 달콤하고, 소금처럼 짭쪼름한 언어의 향기로 당신을 무치겠다.


오르면서 누렇게 잎이 뜬다. 잎도 사람도 사물도 쪼그라들어 처음의 시간으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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