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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1-22 16:56:52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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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우리는 다시 사람으로는 만나지 못하리. <별리, 나태주>

 

노인, 은퇴 후의 삶, 빈곤, 고독사를 연계적으로 다룬 다큐를 보면서 홀짝 한잔 술을 마신다. 오늘 아침 보았던 홀연해진 나무의 앙상한 뼈가 그토록 신선하고 평화로운 줄 몰랐다.

 

붉고 노란 잎을 쓸어 담은 환경미화원 봉투에 꾹꾹 눌러 담긴 나뭇잎의 굳은 침묵과 함구무언하며 걸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헤어지는 나무라는 한 몸, 별리를 보며 보내는 경외의 마음이다.

 

태어나고 소멸하는 일은 우주가 가진 원천 원리의 요소다. 산전수전 시간 뒤에 있을 법한 행복 시간들은 어느 꽃이 피고 지는 순간이나 낙엽 지는 안위에서도 쉽게 머물지 않는다. 행복은 무지개를 바라본 비온 뒤 화창한 이력서에 기재되지 않는다.

 

노인의 삶과 외로움, 질병, 빈곤, 고독사,가 결코 먼 일이 아닌 세월이 주는 순차적 ‘나’의 시간임을 알아차리자. 아무도 나에게 오지 않을 일들에 대해 불행해하지 않을 용기와 더불어 감성적이고 전투적인 에너지를 모으자.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는 낙엽의 풍장을 돕는 거룩한 애도시다. 애고지정哀苦之情을 놓으라는 축시와도 같다.

 

미국의 국민 화가 ‘모지스 할머니’는 75세에 그림을 그려 101세까지 사랑받으며 살다간 열정의 화가였다. 자신이 살던 농장 모습, 마을 사람들 일상과 풍경을 평온하게 담아 자국민 행복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빈곤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정신적 소모의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 했던 나는 지금 다양한 재질로 그림을 그린다. 이론과 실전이 무지한 내가 개척한 그림의 세계는 조금씩 열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줄이고 그림 재료에 투자하는 기쁨도 쏠쏠하다.

 

글쓰기와 그리기가 충만하니 배가 부른 것처럼 행복감이 든다. 현실행복은 나의 노년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빗소리도 정하다. 정신적 평온을 유지하는 든든한 열쇠는 마음의 풍요이다.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채근이라 하듯 가난함에도 ‘행복한 빈곤’이 우뚝 서 있음을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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