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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듣다 (3). - 안성소방서 편 - “우리 심장은 국민안전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매일 불로 뛰어드는 소…
  • 기사등록 2016-01-26 20:41:17
  • 수정 2016-01-27 13: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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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제트기류의 영향에 빠지며 올 들어 최저기온을 매일 갱신하고 있는 1월, 낯선 바람소리에 흔들리는 푸른 하늘 아래, 소방서를 휘돌아 흐르고 있던 안성천은 결빙 속에 갇혀 철새 몇 마리가 천변의 망중한을 보내는 그럴싸한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자는 결빙된 천변을 넘어 안성 시내가 훤히 보이는 호젓한 곳에 외롭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안성소방서를 찾았다.


입구에 마주서자 ‘우리 심장은 국민안전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몇 년 전 어느 나라는 주 35시간을 일하고도 “대우가 별로”라며 시위다 뭐다 난리를 친 일도 있던데, 365일 국민에게 맡겨진 심장이라니, 한국은 아직도 ‘휴일 없다’와 ‘봉사’를 ‘소방’의 수식어로 지정하는 데 별 거리낌이 없는 모양이다.


이곳 소방서는 총 178명의 소방관이 안성전역 1읍 11면 3동, 553.47㎢, 7만4천여 가구, 총19만1천여 명, 대략 소방관 1명당 1천 1백여 명의 시민을 책임지고 있었다. 한국의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한 시민이 평균 1천9백80명이라는데, 이곳 사정을 따져보면 그보다는 그래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다시 참고로 1999년도 소방방재본부 소방방재조직 개혁방안의 내용을 제시해보면 프랑스는 소방관 한 명당 2백47명, 영국은 9백42명 정도의 시민을 책임지고 있단다.



물론 안성소방서관할 각 안전센터인 경우, 센터장을 제외하고, 출동 가능한 소방관은 하루 7-8명 정도. 다시 여기서 119 구급대원을 제외하고 화재진압에 나서는 소방관을 세어 보면 에누리 없이 5~6명 선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 중에 2명은 운전을 맡고 있으니 일선에서 뛰는 사람은 많아야 3명 정도인 셈. 만약 대형화재라도 난다면?


“정말 큰 화재가 나면, 그날 비번인 소방관들을 총출동시켜서 ‘근접 배치합니다.” 한 소방관의 말대로 한쪽 벽면에는 소방관들의 비상연락망이 잘 정리돼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119로 구급상황이 접수됐다.


인근 지역의 한 빌라 지하에 사는 노인이 현관문이 잠기자 119에 신고를 한 것. 주택가에 오밀조밀하게 세워진 차들 덕분에 한동안 쩔쩔 맨 소방차가 ‘사고 지점에 도착했다. 잠긴 문을 여는 동안, 그 노인은 연신 “바쁘신데 참 미안하다”고 읊조렸다. 요즘 웬만한 신고는 모두 119로 집중되고 있다.


그 옛날 삼풍백화점 사고에서 소방관들의 활약이 집중 조명된 이후, 119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진 탓이다. 소방관들은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성숙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되물었지만 “인원은 그대로인데 일만 몇 배로 늘어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대형사건에 대한 기억들로 옮겨갔다. 문득, 온 국민을 참담한 슬픔에 잠기게 했던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 목표방면 행담도 인근 주탑 상층부 와이어로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이를 진압하던 소방공무원 3명은 끊어진 와이어에 맞아 1명 순직, 2명 부상을 당했던 사건. 그 ‘숭고한 희생정신’은 둘째로 치더라도, 솔직히 진압을 위해 수명의 소방관이 뛰어드는 것이 과연 효율적이냐는 냉정한 셈이 앞서기도 했다.


그들은 왜 불 속으로 뛰어들었을까.


직업의식이 무서운 거죠. 긴급사항 인데 ‘당연히’ 가야죠. 그리고 소방관들은 화재진압을 위해 꼭 서너 명이 함께 갑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또 혹시라도 인명구조가 발생하면 깜깜한 현장에 공포감을 견딜 수 없게 되니까요. 뭐, 기자님 같으면 취재거리가 있다는데 불 속이라고 마다하겠어요?” 당장은 “그렇죠.”라고 대답했지만 글쎄, 아무리 대단한 취재거리가 있다 한들 주저 없이 불 속에 뛰어들 수 있을까. 다시 살아 나오리라는 장담도 할 수 없는 그 길을.



문득 한 소방관의 외근 업무를 따라나섰던 기억으로 잠시 빠져들었다. 그 당시 소방관과 외근업무를 함께 나섰던 사이 안전센터에 사이렌이 울렸나 보다. 안전센터에 도착하자 “화재다”라는 짧은 외침과 함께 소방차는 어느새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시야에서 사라져갔었다. 각자의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소방관들이 화재발생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방화복을 챙겨 입고 차에 올라 출발하는 시간은 단 30초. 초기 진화가 가장 중요한 까닭에 단 1분 1초의 지체도 있을 수 없다. 화재 지점에 가까이 가자 취재진과 함께 한 A소방관이 “저기 까만 구름이 올라오는 곳이 화재 현장”이라고 귀띔한다. 그의 말대로 저 멀리 건물 뒤로 까만 연기가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화재 현장은 미리 도착한 소방관들에 의해 인명구조가 끝난 상황이었다.


지하 공장에서 시작된 불로 건물은 이미 새까만 연기에 휩싸여 있었다. 공장 맞은편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던 여성과 아이 둘을 구조한 사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각 층의 베란다에 모여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복도와 계단을 타고 무섭게 올라가던 연기는 곧사그라 들었다. 출동 10분 만에 상황 끝! 그런데 불을 끄고 연기가 빠지기 무섭게 소방관들이 다시 차에 올랐다. 안전센터로 돌아온 소방관들은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방금 사용한 소방 호수를 길게 늘어뜨려 물을 빼고는 차곡차곡 접어 소방차에 다시 넣고, 방화복을 제자리에 걸고, 방화모를 씻고, 산소통을 교체하는 등 모든 점검이 끝나고 나서야 그을음에 범벅이 된 얼굴을 씻는가 했더니, 금새 자리에 앉아 화재현장 출동보고서와 현장 소방활동 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 언제 다시 출동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진한 기억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다.


“세 번째 방문은 도저히 못 열겠더라.”


“가정집에서 불이 났어요. 연기로 뒤덮여 깜깜한 현장을 뒤지다 방문을 열었더니 뭐가 툭하고 떨어지더군요. 시체였죠. 살아 있으면 구조하지만 시체의 경우엔 그냥 둬야 합니다. 감식반이 와서 감별을 해야 하니까요. 돌아서서 두 번째 방문을 열었는데 또 뭐가 툭…, 그렇게 연달아 두 번 시체를 보고 나니, 세 번째 방문은 도저히 못 열겠더군요.” A소방관은 몇 해 전 겪었던 사고 경험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히 세 번째 방에 있었던 생존자를 구조했지만 하루에 두 구의 시체를 맨 눈으로 마주하고 나서 며칠 동안은 자기 집 방문도 못 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B소방관이 몇 마디 거든다. “소방관이면 다 그렇죠. 처음 불에 탄 시체를 보면 밥도 못 먹어요. 그런데 그것도 몇십 년 하다 보니까 그냥 익숙해지던데요. 자기 일이니까.” 그럼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겪은 이 같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어떤 보상을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전혀 없다’고 단정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건강검진을 하죠. 그런데 방금 화재현장에 있었더라도 돌아오기 무섭게 장비점검하고 다음 출동 기다리는 게 일인데 보상은 무슨….


정년퇴직하고 폐질환으로 고생하는 동료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입증할 수도 없고, 그저 ‘언젠가는’을 기다릴 수밖에요.”


2002년 서울 중랑소방서 윤모 예방과장이 발표한 ‘소방대원의 외상성 스트레스 연구’에 따르면 현장활동 소방대원 7백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의 90.3%가 각종 재난현장에서 외상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외상’(trauma)이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 경험 이상의 극심한 고통을 주는 어느 사건을 직접 경험. 즉,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이들의 건강상의 장애를 동반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조사 결과, 죽음의 위협을 느끼거나 심한 부상을 경험한 경우가 무려 55.1%에 달했고, 사고 이후에도 정신적 공항증상으로 ‘무의식적으로 반복 회상, 상상, 생각됨’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1.8%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런 부상자에 대한 대책마저 미비한 실정이라 소방관들은 사실상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부상자는 중상자가 대부분인 데 반해,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의료비 반영에는 제한이 있어 특수 분야의 검사, 의료기사용 등 공상(공무상 상해)자 자신이 부담하는 비율이 무려 20~30%에 달하므로, 소방공무원의 사기저하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감독자의 공식적인 보고회피 성향과 자신의 부주의로 치부하여 안전사고를 숨기는 사례는 공식보고의 5~10배로 추정되며, 설문응답자 총 6백12명 중 1백6명이 부상 치료시 자신이 치료비를 부담하였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관들의 위험수당이 한 달에 6만 원인 것보다 더 충격적일까 만은.


2015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의하면 소방관으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40,406명이다. 소방관의 성비는 남자 98.4%, 여자 1.6%이며, 평균 연령은 40.3세이다. 전체적으로 평균 14.1년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계속 근로연수는 12.3년이다. 아울러 소방관의 월평균 수입은 309만원이라고 밝힌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의 발길을 따라 언젠가 읽었던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 구절이 숨을 턱턱 막히게 따라왔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 신이시여 / 아무리 격렬한 화염 속에서라도 / 하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 그것이 어떤 나이라 해도 / 너무 늦기 전에 / 작은 어린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 그 운명 앞에 두려워하는 /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 언제나 주의할 수 있게 하시고 / 아무리 작은 외침이라도 들을 수 있게 하소서 / 그리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 저의 소명을 충실하게 하길 바라옵고 /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하시어 / 저의 이웃을 지키고 / 그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하소서 /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 저의 목숨을 잃게 될 때, / 바라옵건대 당신의 축복으로 / 저의 아내와 아이를 보호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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