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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04 17:09:21
  • 수정 2022-04-13 07: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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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명절을 보내고 첫 근무다. 무탈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일이라 현실만족을 느낀다.

 

정육 파트 업체 일용직원인 정숙언니는 십년 넘게 그곳에서 근무했다. 부위별로 고기를 손질하고 썰고 포장해 가격표를 붙이고 손님응대를 해온 십년 세월이 위대하다.

 

가족과 떡국을 먹고 정담을 나누던 삼일 휴가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를 들은 오늘 언니는 씁쓸한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달 생일자로 그만두라는 해고 통지를 받았다. 얼마 전 그녀의 남편도 정년을 맞아 쉬고 있는 터라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1960년대(1955~1963)에 걸쳐서 태어난 전후 세대를 베이비부머[baby boome] 세대라 한다. 그들은 우리나라 고도 경제 성장기 주역이었다. 그녀도 딸과 아들을 출가 시키고 24평대 아파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휴일에는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하거나 에어로빅을 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이다. 특별히 큰 돈을 모으지는 않았지만 불편과 불평은 없이 사는 모습을 허옇게 드러난 덧니 웃음을 보고 알았다.

 

그 세대와 이웃 나이인 나도 곧 그 시간과 가까워진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중고매매단지였던 부지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 거리도 가깝고 주차도 편리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물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 시켜주기 손색이 없다.

 

매출 하락은 고용과 인력 감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그러고 보니 나와 같은 나이의 직원들이 많다. 그들은 일을 놓기에 아직 너무 젊고 무엇보다 노후를 위한 대책도 미미하기에 더 벌어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 100세 시대란 말과 퇴직의 연관성은 아무리 연결해 보아도 미지수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결정은 없다”(Staying pat the most risky position in a changing market)고 한다.

 

무언가 잘 되지 않을 때나 소위 운발이 다했다고 여겨지면 마음은 숭숭해지고 불안하여 다음 일들을 채근하기 힘들어진다. “안주”하지 않으리라, 나는, 결코.

 

눈도 밤바람에 얼어붙었다. 뽀드득 뭉개며 집으로 든다. 퇴근의 밤길이 춥지 않게 느껴져서 좋다. 그것도 생의 행복일까. 사람의 하루를 데우는 집안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오늘 겪은 일기를 바람에 날린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행복 아니겠는가.


칼바람도 자꾸만 흐려지고 약해질 것이니 의기소침한 마음 내려놓아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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