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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31 06:08:48
  • 수정 2022-03-31 13: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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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철제다리 아래

암석마다 보말이 붙어있다

화상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청춘을 뜯어내고 싶은 봄날

누구나 들추고 싶지 않은 상처 하나쯤

딱지처럼 감추고 산다

동네어귀를 돌면 자주 나타나는

빡빡머리소년은 아직도 판화를 그릴까

쭈뼛거리며 지금도 개똥철학을 논하고 있을까

원한 적 없이, 원하지 않고도

우리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일간지모퉁이 우연히 엿본 근황에

밤잠 설치며 설레던

청춘은 언제나 불발이다

판화 속 주인공이 나이기를

환상통 같은 화상딱지를

뜯어내고 싶은 아릿한 봄날

케이블카가 장수풍뎅이처럼 허공을 기어간다

봄의 새살이

어떻게 차오르는지 궁금해질 때

남항대교를 한없이 걸어서 가자

화르르 꽃비가 쏟아진다

꽃이 지고 있다




망각은 사람에게 좋은 기능이다. 불필요한 기억들을 지워서 현재의 삶이 나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의지와 다르게 문뜩 떠오르는 지난날이 있다. 추억과는 달리 의식 깊이 욱여놨던 기억의 부스러기들을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가지에 핀 꽃과 이파리들은 낙엽이 되어 떠돌다가 발치에 닿고 넓어진 그늘은 바람이 데려간다. 하늘을 향해 뻗는 가지와 땅을 향해 뿌리를 내린다. 깊어진 시선으로 어느새 커진 나무가 된다. 화르르 꽃비가 쏟아지는 봄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최승아 시인



2012 시와사상 등단

시집으로『오프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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