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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28 08: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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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면 뽑아내는 소리와 함께 지낸

내 유년, 아버지 손끝에선 언제나

가얏고 가락 같은 면발이 흘러나왔네

잘 숙성된 반죽 한 덩이, 바닥으로 내려칠 때마다

구름송이 포를 뜨듯

네 가닥, 여덟 가닥, 열두 가닥으로  

다발 다발의 트로트 악보가 펼쳐졌었네

사각의 베니어 틀 속, 벗어나지 못한

오랜 꿈이 실린 가락들이

간수가 더해질수록 쫄깃해지고  

밀가루 먼지 자욱한 좁디좁은 주방

원하던 세상으로, 탈출을 위한 일탈의 한 귀퉁이

분가루를 덮어쓴 낡은 라디오가

목청껏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불러제꼈네

단발머리 찰랑대며 동백꽃빛 환한 친구 얼굴들,

눈발처럼 쳐들어오는 날

수돗가, 양파 까는 어머니 눈치 살피며  

짜장면 보통 한 그릇 주문 넣어도

곱빼기에 곱빼기를 내어주시던 그 가락

문득, 사무쳐오는데

퉁길수록 하늘의 뭇별, 환해지던

전단지 뒤적여 둥기둥둥 두둥둥

중국집 전화번호 퉁기면

하늘 가득 울리는 울 아버지 면발 장단

질겅질겅 씹히는 내 유년의 노란 단무지들

 

 

 

    




 

서정시에 대한 논의는 진행형이다. 정해진 게 있다면 모든 시는 서정시의 갈래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작품은 음악적인 언어가 이루는 질서와 삶과 죽음에 대한 간격이 없는 회감回感이 서정시의 본령에 부합함을 알 수 있다. 문학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클리셰(cliche)인데 시인의 시는 멀리 있지 않으면서 낯선 리얼 서정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현숙 시인

     

2015년 방송대문학상, 시 부문 대상      

2016년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     

2018년「월간문학」등단     

2016년 3월~현재, 대구신문「달구벌 아침」연재 중   

볼륨동인시집『코로나 블루』(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코로나19, 예술로 기록〉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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