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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12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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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원짜리 국밥을 먹는다

우체국 건물 지하

간이의자 열댓 개

테이블 서넛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퇴락한 조선시대 수도 같은

국밥 전문 한양식당

역사적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이빨 새는 소리로 물을 달라는 노인

국밥을 안주 삼아 낮술 마시는

기름 때 쩐 작업복들

앉자마자 주인이 터억 내미는 국밥을

백성처럼 고분고분

땀 흘리며 먹는다

소포를 부치고 와서

선풍기 뜨겁게 도는 주막에

잠시 쉬어가는 파말마처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듯

등허리엔 소금이 돋고

 

    



 

 

분기점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속성 따위가 바뀌어 갈라지는 지점이나 시기를 의미한다. 건물 지하 식당에서 국밥을 먹는 것은 국밥 이전의 시간과 국밥을 먹은 다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땀에 절어 소금기 밴 몸으로 한술 뜨는 국밥에는 바빴던 작업 시간만큼의 강한 불에 솟구치던 고기와 각종 양념과 나물, 맑은 장이 있다. 국밥을 먹고 한숨 돌리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박용진 시인 / 평론가)

 

 

 



박광진 시인

    


 

2015년 문집 '크리스마스 선물'에 시 발표 시작,

2017년 '예술가'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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