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삼킬 듯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항아리, 그 안으로
어머니는 길을 만드셨다
닦고, 또 닦아도
해가 갈수록 항아리는
지상으로 올라왔고,
어머니는 점점 항아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채워도, 채워도
굶주린 승냥이 마냥
항아리는 아가리를 닫지 않았다
푹 꺼진 한 쪽 눈과
절룩거리는 발자국이
항아리 안 깊은 곳으로
끝내 길을 내었다
어머니가 갈고 닦은 땅속 움막
웅크려드는 삶의 무게만큼
어둠에 스며드는 항아리 푸른 길,
꽃 한 송이 어머니 품고
파르르 먼 꽃길을 연다.
2013년 <한겨레21> 주최 <손바닥문학상>
단편소설 <민트와 오렌지>
<문학사상>, <솔>출판사, 도서출판 대원사
2015년 한국미소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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