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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6 08: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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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벨베데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궁전으로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두 유명화가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클림트 그림하면 가장 먼저<</span>키스>란 제목의 화려한 금빛 색채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지만 잔잔한 꽃과 해바라기, 호수와 성, 길과 정원을 주제로 그린 평온한 자연 풍경화도 많이 있다.

 

추석 연휴에 아이들이 다녀가고, 안성 서운산 자락에 위치한 소나무 팬션에 일행과 도착했다. ‘아름다운 전망이란 뜻을 가진 벨베데레와 같은 뷰는 아니겠지만 그 이름답게 숙소 주변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탁한 눈동자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가볍게 석남사까지 오르기로 하였다. 보랏빛 칡꽃 으름덩굴과 덜 여문 풋밤이 눈에 든다. 환삼덩굴 길게 뻗은 나무 데크 위에 앉은 사마귀가 가만히 몸을 말리고, 진분홍물봉선화와 벌개미취 꽃을 맴도는 벌들을 바라보며 걸었다. 어느 산자락을 보아도 파란하늘아래 빛나지 않은 곳이 없다.

 

여름을 흘러 보낸 계곡은 여전하여 가지와 가지 사이 두 겹 복층으로 지은 은빛 실 가닥 거미집 매우 탄탄하다. 인간이 지나다 고약한 손장난으로 끊어놓지 않는다면 영원할 안위의 집에서 거미는 제 수명 다하고 가리라.

 

깊고 짙은 그런 순간에는 누구라도 그리워진다. 저녁은 푸른 하늘과 소나무와 작고 고운 가을꽃 깊고 짙은 곳에 숨긴다. 고기를 구워 먹고 마시는 술에 흥이 오를 무렵 누구는 말이 많아지고 누구는 듣기만 해도 달처럼 넉넉해지는 한가위 밤, 풀냄새가 다시 피어오른다.

 

오늘이 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은 늘 진행형이고 결코 머무는 법이 없다. 알바니 스티븐슨은 이렇게 떠나는 건 죄 아닌가라고 <</span>유죄>라는 시에서 떠나고 사라지는 모든 아쉬운 감정을 단정하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은 <</span>파란색 가난>이란 시 시작부분에서

 

가난하다고 해도/ 너는 아주 가난하지는 않다/ 가령 아무 가진 것 없이/ 파란색 하나만 소유하고 있다 해도 그 파란색에는/ 천 개의 파랑이 들어 있다‘, 그리고 시 후반부에서는 가난하다고 해도/ 너는 아주 가난하지는 않다/ 너의 가슴 안쪽에/ 알려진 어떤 파란색보다 파란/ 희망의 조흔색이 있으니까‘.

 

 

나무가 있는 집에서 보내는 낯선 허공과 공간이 이처럼 다정하게 내 모든 허구와 불안한 삶의 미래를 다독여 주고 있음을 느낀다.

 

, 파란 마음만 살아남아 가난의 기쁨 즐기고 싶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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