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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2-22 07: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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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은 맹세만으로도 인생이 뜨겁고 열열했습니다마는

아직 짜낼 그리움이 남아서인지 어느새그와 정분을 나누고 있습니다만

간절하다고 해도 또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초록 옆구리에 착 달라붙어 농염의 붉은 담요를 덮으며

매정한 밤을 위로하던 파트너는 눈 깜짝할 새였습니다만

, 움켜쥐면 이미 내 것이 아닌 것을 증명하듯

 

그새

안과에 가서 눈 맞추고, 치과에 가서 입 벌려주고

외과에 가서 옷 벗어주고, 내과에 가서 속까지 다 보여줬으니

볼 것 다 보고 볼 장 다 본 만신창이가 내 삶의 덮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눈 깜짝할 새도

그새도 다 두려운 존재입니다만, 마음이 늘

초록이라는 게 더 문제 아니겠습니까

 

몸의 색을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도

부드러운 홑이불을 덮고 까실까실 좋아도 혹시 모를 정전기에

내가 까무러칠까 주춤거리는 요새와 초록은 동색도 아니면서

그렇게 어울리고 있습니다만 또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사이'라는 말은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공간이라는 뜻과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의 시간적인 의미가 중첩된 말이다. 안과에 갔다가 다시 치과엘 가고 외과 내과의 병원을 다닌 순간은 분명 화자에게 두려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사이'에 머무는 화자는 초록색으로 머물고 있다. 초록은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이다. 중간이라는 유의미만큼이나 순간과 순간의 사이에서, 혹은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화자임을 알 수 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영은 시인

 



2003시사문단등단,

다시올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다시올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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