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느리게 가겠습니다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
뒷걸음질 치고 싶은 미련스러움으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시곗바늘을 잡고 싶습니다
태어남은 빨랐지만
살아감에 느림을 원함은
살다 보니 가지게 된 것들이 너무 많아
다 내려놓고 가야겠습니다
주고 싶은 게 보잘것없는 가난함이라도
남기고 싶은 게 손가락 사이에서 새어 나가는 허무함이라도
아직은 같이 흘려 줄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아직은 함께 아파해 줄 사랑이 남았습니다
어차피 썩어질 것들에 대한
빈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세월의 발걸음을 잡아 두고 싶습니다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물질세계는 성과를 최상으로 여기는 잠재성으로 잠시도 쉴 사이가 없이 바쁘다. 때론 자신의 한계에 다다랐다며 아쉬워하는 순간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계가 아닌 자신의 능력치를 모두 발휘했다고 여긴다면 성취도에 만족하지 않을까. 약간의 속도 조절로 삶의 모두를 즐길 수 있다는 시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식 전환의 유연한 앎을 실행해야겠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박미현 시인
2013년 한국 미소 문학 시 부문 등단
2014년 한국 미소 문학 신인상 수상
2019년 제9회 독도 문예대전 시 부문 입선
현 시인 및 화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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