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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23 07:04:36
  • 수정 2023-06-23 13: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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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올 가을이면 칠순을 맞이하는 Y씨는 마음이 소위 말하는 화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울화통이다.


웃음기 없는 얼굴은 팔자주름 골이 깊이 패여 내려앉고 몸도 마음만큼 버거운 상태다. 자존심이 세고 무슨 일이든 거슬리면 사사건건 따지고 순순히 넘어가는 법이 없는 깐깐한 성정 때문에 마음 터놓을 친구도 없고 개인적 볼일 이외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다.


가족과 친지에 대하여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가족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그들이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상대적 실의와 상실감을 내비치기도 하고 자신의 살아온 이력이 초라하다는 생각으로 늘 우울해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부분 양호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신 건강 상태가 발생할 위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즉 노인성 우울증이란 고연령층 기분 장애라 부르는데 전문가들도 명확한 원인은 규명하거나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그 개개인이 가진 삶의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 만성 질병과 통증, 가족력등이 원인 작용이 되는데 삶의 의욕저하와 무기력, 불면증 장애, 죄책감과 절망감등을 수반한다고 한다.


그녀가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왔다. 뜬눈으로 지새운 눈 밑이 어두웠다. 차를 마시면서 내면에 산재한 혼돈된 괴로움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유년도 있었고 배우지 못한 한과 풋사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단단한 줄만 알았던 여자가 풋사랑에 잠시 머물면서 풋풋한 익지 않은 과일처럼 나이가 어려 깊지 않게 하는 사랑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다음에는 젊은 시절 위 다른 언니와 함께 일을 하면서 쌓인 감정들에 분노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한 자녀의 불행을 이야기하는 도중 고인 눈물을 흘러내린다.


강한 사람의 약해지는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의외고 당혹스럽지만 침착하게 손을 잡아주었다. 우울증 약으로 본연의 깊이를 재울 수 없듯 한 번도 누구에게 속마음 드러내어 따뜻한 위로의 말 들어 본적 없는, 그녀도 나이 먹고 힘없는 평범한 여자였다.


요즘 그녀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콘크리트 없는 맨흙에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는 위풍당당하다. 든든한 나무기둥을 쓸어안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젊은 날이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좋을텐데. 인생의 고갯길에 누구나 주저앉게 되는 시점이 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허의 철학이다. 공기는 비어 있어야 밥과 국을 담을 수 있는 유용성 법칙을 가진다. 누구의 삶이던 파고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노년의 기점에 다다르면 허무함은 극에 달하고 불안해진다, 비워둔 나의 여유로 나약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바로 내가 공기가 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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