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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6 07:20:17
  • 수정 2023-07-06 07: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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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인간


한토막의 기사를 보고 결빙이 된다

나빠지는 시력을 탓한다


빗물받이에 붙은 얼음에도 날이 있을 거 같아

가볍게 튈 물보라에 뒤로 물러섰던 간격을 좁히며

몸에 박힌 얼음을 빼내 날을 간다


눈이 두 개 코도 하나, 우린 같은 사람이었군요


뒤가 켕기는 사람들의 마법 주문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납니다*


뇌를 파먹는 아메바에서 잠언을 짜깁기할 수 있을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너는 누군가의 귀여운 아이였던가?


날 것이었던 총천연색이 희미해진다


#사막이 늘어난다


대본을 읽는데 모래 비가 내린다

팔이 아픈 대필도 아니고 패악에 가까운 말도 아니었지만

뭘 베낀 건가


일탈의 예감을 잊고 시작한 서사를 어쩌다의 습관으로 봐주려니

씹을 수 없는 모래 알갱이처럼 현기증을 불러와

덧없는 간격에 두루뭉술한 먼지 덩이만 치운다


노 아니면 예스라 묻는 상급자 앞에서

오랜 항생제 내성자처럼 스스로의 뇌를 먹어치운 멍게처럼

복제를 한다 그냥, 노예라 불려도 좋으니


영이 빠지고 혼만 남은 사람에게 욕을 해도 생까겠지


교차로에 신호기는 점멸로 깜박인다


대역을 늘리고 관객을 참여시킨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조두순 사건 자막 중






시작 노트

신곡의 주인공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에 가기 전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죄와 지옥의 기억을 모두 지운다. 망각은 인간에게 있어서 좋은 기능이지만 성과를 우선하는 현실은 중요한 일 혹은 사건을 금세 잊는 게 문제가 된다. 아동성범죄 전과자가 멀쩡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현재의 사실이다.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당위가 오히려 멀게 느껴지는 요즘, 배우와 관객이 모두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이 떠오른다.










박용진 시인



2019 시와반시소시집으로 작품 활동 시작,

불교문예 대구문학으로 평론 활동 시작,

시집 파란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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