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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29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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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휴가로 들뜬 불금의 밤이다. 내일은 12인 가족들과 23일 안면도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죽기 전 동생들과 마지막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고령의 큰언니 제안으로 이루어진 의미 있는 시간이다. 막내 동생이 대전에 사는 언니를 오늘 모셔왔다. 간간 현대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는 치통과 뇌로 연결되는 통증에 시달리는 그녀의 소원을 위해 어찌어찌 어렵사리 마련한 칠공주 여행에 젊은 꿈나무 동생과 조카들이 발 벗고 나섰다.

 

급보라망출미묘음은 아름다운 바람이 불면 봄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아주 미묘한 음악 소리를 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 어디 아름다운 바람만 불었을까, 흔들리며 살아온 그녀들 자서전이 보인다.

 

요즈음 화단은 노란색 루드베키아가 한창이다. 영원한 행복이 꽃말이다. 노란색을 보면 인생의 황금기를 보는 듯 기분이 좋다. 절정의 나이에 보지 못하거나 알 수 없던 우리들 나이, 늙은 나무와 나이든 모든 것을 보면 이제야 돌아가는 생의 나이테를 알 것 같다.

 

월든은 월든 호숫가에서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안적 삶의 기록이다.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었던 사회 운동가이자 철학자인 그는 자신만의 주체적 삶을 이끄는 진정한 자연주의자였다.

 

큰언니는 대전의 아파트에 기거하는 독거노인이다. 이미 세상이 독거 천지인 건 알지만 출가한 아들과 딸이 그녀를 부양하진 않는다. 외로움과 쓸쓸함과 수긍하며 살아야할 마음이 태백 같은 나이, 그 주름에 다가올 내 미래도 앉혀본다.

 

어느 나들이 길, 가까운 안성 팜랜드, 고덕소풍정원을 다녀가면 젊은 언니들과 함께 했던 인생의 첫 길이 보인다, 파릇한 순간에서 봄을 본다. 늙지 않은 날은 돌아오지 않지만 추억할 수는 있다.

 

들쑥날쑥 나이가 혼합된 여행, 안면도 바다를 배경으로 두었다. 관절염, 고혈압, 심혈관계를 필두로 다양한 병명 이력으로 떠나는 늙고 초련한 여행이 참으로 무무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누가 얘기 하였는가, 나이에 상관없이 아플 수 있다,

인생의 모든 관절과 질병은 타고난 사람의 복, 에고ego를 아무리 학습해 보아도 주체를 놓은 의식은 없다. 다시 월든 호숫가로 갈까.

 

자연에서 만날 나의 모든 인연이 월든의 봄이었으면 좋겠다. 그 인연이 풍장 되어도 슬퍼하지 않는 환속의 그늘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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