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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10 06:36:19
  • 수정 2023-08-10 06: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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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태풍 6호 카눈은 느림보 태풍이란다. 느려서 위력이 더욱 세지는 태풍이기도 하고, 몇 번 마음을 바꾸어 방향을 튼 그의 행보를 추적하느라 바쁜 기상청이다. 알 수 없는 사람마음처럼 의인화한 태풍에 또 어떤 피해가 속출할지 심히 염려가 된다.


견디기 힘든 폭염이 화염방사기를 휘두른 듯 녹아내릴 것 같다. 늦은 오후 살짝 적신 비가 멈추자 크고 둥근 반원형 일곱 빛 무지개가 떴다. 나를 비롯해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귀한 무지개를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참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다. 진분홍 빨강 노랑의 작은 꽃을 함박 미소로 피운 화단의 채송화도 함께 보냈다. 이런 아이들이 걱정인, 꽃을 좋아하는 친구는 태풍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신의 선물인 듯, 모두 태풍 대비 단도리 잘하길하는 마음도 더했다.


다행이도 태풍의 영향권을 벗어나는 지역에 사는 덕분에 지금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보진 않았으나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태풍이 지나는 피해지역 소식은 늘 안타깝다. 태풍이 무서운 것은 강풍과 저기압, 많은 강수 피해와 해일과 홍수로 인한 피해로 오는 생명과 재산손실이 매우 큰 자연재해라는 것이다.


카눈이 오려는 전야, 만물(萬物)이 비에 젖는다. 비로 인한 큰 수해의 상흔이 아직 그대로인데 폭염이 물러나 시원한 밤은 다가오는 위험한 손님의 존재도 잠시 잊게 만든다. 잃어보아야 더 귀히 여겨지는 삶의 일들은 천명(天命)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것이 인류가 가진 한계임을 부인하지 말고 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비하고 받아들이며 겸손해야한다.


카눈이 부릴 변덕스런 현상을 기다리는 고요한 밤 林文子(히야시 후미코)의 자연에 관한 시를 읽는다.


스릴 넘치는 이 모든 것들을 보라 천둥이 치거나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보거나 자연을 경험한다는 것은 경외감 그 자체이다“1연의 부분과 모든 사람은 지구의 일부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의 모든 것과 헤아릴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장엄하게 형성된 산맥, 으르렁 거리는 폭포와 무리를 이룬 꽃밭, 아니면 숲의 고요함, 자연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게 하는 곳이며 가족과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다라는 3연으로 구성된 마지막 연 전문에서 감격스러워 눈물을 지었다.


한낮에 널어놓은 이불도 생기가 돈다. “카눈이 오고 있어, 태풍이야라며 말복을 망친 여름의 시름을 관망한다. 때론 모든 것을, 운칠기삼(運七氣三)에 맡겨야 할 우중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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