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3-08-16 17:20:45
기사수정

 

▲ 김선숙 수필가

[김선숙의 AESTHETIC] 소나기란 단어를 떠올리거나 들으면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난다. 특히 나처럼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은 대체 적으로 소나기 속 남녀 주인공의 스토리가 번뜩 생각이 날 것이다. 소나기는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라 우산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젖어 버린다.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소나기를 만나면 젖어 버리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다. 두려움보다는 젖는다는 자체가 불쾌하고 싫은 것이다. 가끔 차를 타고 소나기 세차게 내리는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비에 쫄딱 젖은 학생을 볼 때 어쩌냐~~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비에 젖어 버리는 것은 마치 내 속을 다 드러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요즘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미리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고 비통한 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인생사라고는 하지만 인간을 만나는 일이 제일 무서운 세상이면 안 되지 싶다.

 

비유가 좀 다르긴 하다. 소나기는 인간이 미리 준비를 하거나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대비할 수도 있겠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거리를 걷다가 차를 타기 위해 목적지로 가거나 하면서 느닷없이 훅 들어오는 흉기를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 부분은 소나기와는 좀 다른 비유이긴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소나기에 비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이 그렇더라는 거다’. 그것이 나 지금 너한테 간다’, 또는 지금부터 시작 할거다라는 등의 예고를 하고 오는 것이 아니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전혀 뜻밖의 사람으로부터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랑에 젖어 버리거나 빠져서 허우적거리거나 하는 일이 그저 황홀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거다.

 

또는 사랑인 줄 알았으나 사랑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기도 한다. 소나기 한차례 후두둑 세차게 내리는 창가 앞에 가만히 서보니 내게도 소나기처럼 훅 들어왔던 사랑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그 당시엔 몰랐으나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랑 한 두 번쯤은 있었던 것 같고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 있었으리라.

 

사람들이여~

소나기처럼 쏟아져 홀딱 젖어 버릴 사랑에 두려워 말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아라. 뜨겁게 사랑하라. 그 순간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해라. 그래야 먼 훗날 가슴 한쪽에 가을 들녘 외로운 바람이 일렁이지 않을 테니까. 한쪽 가슴이 늘 알 수 없는 허전함으로 외롭게 식어가면 안 되니까.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받고 있을 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소나기처럼 훅 사랑으로 젖게 할 누군가가 다가올 때, 뜨겁게 사랑하라,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을 사람처럼.


[덧붙이는 글]
수필가, 풀꽃소리시낭송회 회장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25832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2024 안성미협 정기전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