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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17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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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나갔는지

감나무 잎이 모두 먹혀버려

그물 같은 섬유질만 남아

8월 염천에

땡감만 파랗게 달려있다

 

지난겨울 눈 한번 안 내리더니

병충해의 씨앗이 죽지않고 살아남고

농약 한 번 안 쳤더니

과수원에 해충들이 득실하다

 

감나무를 흔들자

정체불명의 해충들이

과수원 하나쯤이야 한끼 식사라는 듯

떼를 지어 어디론가 날아간다

 

저 왕성한 허기들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데

이윽고 푸르던 하늘 한 쪽이 갉아먹혀

하얀 섬유질만 남았다

 

 

 


 

 

작품왕성한 허기에는 소망(wish)과 좌절된 현실, 멈춤과 미래를 향한 여백이 전개되어 있으며 이것은 라캉의 욕망에 대한 세 가지 단계와 흡사하다. 라캉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개념을 제시했으며 풍성한 과수원을 꿈꾸며 가꾸는 (상상계) 해충 때문에 흰 섬유질만 남은 현실 (상징계)에서 실재계로 진입하지 않고 화자는 멈췄다. 과수원이 큰 노력들이지 않고 저절로 풍성했더라면 화자는 아마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갉힌 하늘, 흰 섬유질은 변화와 소멸의 구름 이미지를 일으키며 공허함에 물들기도 한다. 사라짐이 본질이라 얘기했던 블랑쇼와 달리 상실喪失은 부정성을 부여함과 다음이라는 시뮬라크르의 단초를 제공한다. 화자의 상실은 충족과 성찰을 이어주는 중간이다. 상상과 현실을 지나오면서 괴리감이 가져오는 잉여욕망(희망)의 새로움 (실재계) 대신에 화자는 상실이 주는, 결코 소진되지 않는 경험에 기초한 실재라는 '다음'('오브제 프티 아' (objet petit a)으로의 진입을 선택했으리라. (박용진 시인/평론가)

 

 

 

 

 





강나루 시인

 



2020.시와사람시 등단에세이스트수필 등단

아동문학세상동시 등단

시집감자가 눈을 뜰 때

연구서휴머니즘과 자연의 수사학

계간시와사람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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