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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31 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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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은 물 반 고기 반이다

명함처럼 붙어있는 살생부

손님 손가락에 운명이 갈렸고

사형선고를 받은 우럭이 단두대에 섰다

 

사망 소식을 접한 유가족은

타살을 주장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지만

부검감정서엔

과다출혈에 의한 사고사라고 적혀 있어서

합의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목격자가 없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주방장은

경동맥 파열을 숨기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빨간 거짓말을 풀어

깻잎과 미나리로 은폐를 시도한다

눈물바다가 펄펄 끓는다

 

손님 한 팀이 매운탕 집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늘 밤엔

사형선고가 장날이다.

 

 

 

 

 

 


매운탕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다. 깻잎과 미나리, 고추장 때론 거짓말이라는 시적 상상도 섞었다. 자신이 이룬 성취는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가 불가능하다.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때론 희생과 실패를 겪으며 자신도 모르거나 알기 어려운 주변의 도움으로 목표를 이루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상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직관 보다 본질에 대한 인식론적 존재방식의 사유가 필요한 요즘이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윤여선 시인

 


2022년 계간한국미소문학신인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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