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3-09-08 16:53:01
기사수정

 

▲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잊을 만하면 느닷없이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 옛 직장동료인 친구가 그러하다. 성향이 너무 다르지만 언제든지 받아주던 친구이다. 찰진 욕과 거친 말투와 생활방식이 못 본 사이 더 늘었다. 고요하게 사는 것이 좋아 직장과 중요한 모임이 아니면 두문불출하며 호젓한 나만의 공간에서 글과 그림에 빠져 사는 것을 즐긴다.

 

친한 사람이라도 자주 만나지 않는다. 바람이 통할만큼 자연스런 간격을 두어 정말 그리워 마음 나누고 싶을 때 자리를 만든다.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라 그간의 일들은 오늘 만남으로 모든 걸 확인한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혼돈을 겪는다. 이제 잡념과 겨우 헤어졌으니 유난히 홀로의 시간을 좋아한다. 홀로 즐거우니 무엇이던 긍정적이며 생기로 가득 찬다.

 

바깥에서 볼 수 없는 사유를 내면의 뜰에서 조우한다. 그동안 정으로 엮인 사람과 오랜만에 만났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징조는 흘러간 과거를 이야기하며 성숙해지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암을 이겨 낸지 6년이 되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민 빡빡머리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덤으로 사는 자신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거친 현장에서 유도원 일을 하는 다른 친구는 직장 내 사람들과의 불신에 관해 말하며 세상과의 괴리에 상처입음을 고백한다. 만남의 주인공들은 십년이 되어가는 옛 직장동료, 근황을 궁금해 하는 정을 외면하지 못해 만났지만 다음 만남은 기약하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는지 살피어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무소유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는 가리지 않고 사람에 쉽게 마음 주어 정에 실망했다면 지금은 그 흔적을 부드럽게 사포(sandpaper)하는 중이다.

 

나와 많은 부분에 있어 생각이 맞는 가까운 지인은 홀로 수행하듯 지낸다. 몇 년을 보아도 지금까지 학교일 이외는 교류가 없어 물으니 자신은 일부러 인연을 짓지 않으며 얼마나 충만한지 모른다고 했다.

 

사유의 안과 밖은 중요하지 않다. 경계를 짓지 않고 걸으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가을 식물이 많다. 어릴 적 흔히 본 추억 때문일까 여뀌꽃을 좋아한다. 전국 어느 개울가나 습지에 너울너울 핀 여뀌가 여러 종류의 풀 더미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들꽃은 가난한 누구에게나 가깝고 평등하다.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사람과 사람사이 현명한 갈등을 한다.

공유하지 못할 유대관계에서 자유롭고 싶어 떠나보내는 길이 해명(解明)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26124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안성불교 사암연합회, 부처님 오신 날…
2024 안성미협 정기전
문화로 살기좋은 문화도시 안성
0.안성시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운영
한경국립대학교
만복식당
설경철 주산 암산
넥스트팬지아
산책길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