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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28 0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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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사는 일에는 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다. 김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 준비인 고춧가루를 사지 않아 안하는 쪽으로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언니 부부가 김치를 해준다는 소식이 왔다.

 

시골 임대 받은 텃밭에 배추, , 대파, 양배추, , 쪽파를 심어 지인들에 나눔을 하고도 남는 게 아까워 김장을 하신다고 속만 넣으러 오라고 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일하는 기쁨으로 사는 형부의 민머리 주변 흰머리가 가득하다. 주말 휴무에 맞춰 배추를 뽑고 다듬어 절이고, 무를 씻어 채 쓸고, 파와 갓을 다듬어 채반에 물기를 빼고, 많은 일을 홀로 하다시피 하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밭을 오가며 뒤집고 헹구기를 하는 동안 일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 쪽파와 갓을 썰어 고춧가루로 먼저 무를 물들였다. 음식에 조미료와 슈가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라 채소와 표고버섯으로 푹 우려 천연조미료를 대신한 육수에 찹쌀죽,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생새우로 심심하게 간을 하여 시원한 김치 소를 만들었다. 예쁘게 옷을 입은 김치가 통을 채워나가자 절로 배가 불렀다. 속을 넣어 먹어보니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사찰음식 같은 시원한 김치 맛이 났다. 참 참하게 속을 넣어 가지런히 쌓인 형부의 김치를 보니 가정적 남편의 표본으로 보여 흐뭇했다. 남은 양념으로 깍두기, 파김치도 버무려 놓으니 김치 부자가 되었다.

 

식구는 없지만 가져간 통이 가득 찼다. 오래도록 병약해서 집안일에 소홀한 언니를 대신해 와서인지 주부구단이 되어 있었다. 가끔 밑반찬을 비롯해 음식을 넉넉히 하여 주는 입장이었는데 마음의 빚을 갚은 듯 평생 처음으로 동생 김치를 해줬다는 기쁨으로 언니도 행복해했다.

 

큰 김치통 한통이 며칠 새 비워졌다. 직장에서 허리를 다쳐 아무 것도 못하는 친구에게 덜어주고 홀로 사는 독거노인에게 나눔을 하였다. 주말에는 아들이 김치를 가지러 온다. 누군가에게 해주는 일이 더 많았던 습관으로 넉넉한 김치 나눔은 당연하다. 비워진 통은 또 생각지 않은 곳에서 김치가 들어와 다시 채워졌다. 나누면 덜어낸 만큼 채워지는 신기함이 있었다.

 

나누는 사람은 받는 사람보다 큰 기쁨에 찬다. 나눔은 더 큰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으로 따스함, 풍요, 밝은 세상, 우리와 우리의 연결고리이자 인간적 행동의 원동력으로 가치가 무한하다 볼 수 있다. 나눔의 기쁨을 경험하였으니 마른 나뭇가지에 넉넉한 슬픔으로 눈이 간다. 나무도 지상으로 옷을 버릴 줄 아는 현명한 지혜를 가졌으니 우리가 배워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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