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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8 18: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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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50미터 고지 황매산 중턱

자유를 담을 빈 마음이 별을 기다린다

성급하게 나선 손톱 같은 낮달이

내 기다림을 초라하게 할지라도

까만 어둠이 온 세상을 안을 때

낮달은 더 이상 낮달이 아니다

찬란한 그 빛 뒤로

별들이 밤하늘에서 축제를 연다

왈츠를 추 듯 손에 손잡고

자리를 바꾸어 가면서 새벽이 올 때까지

내 눈속에서 북극성은 빛나고

내 손은 카시오페이아를 빚고

내 발이 세페우스를 딛고 집시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남겨진 내 마음만이 별에 물들어

밤하늘을 가로 지르는 빛 하나

눈 깜짝할 새 사라진 유성

들어와 별이 되고

 

빈 마음에 별이 싹튼다

 

 

 

 

 



물질화의 심화가 가속되는 세상이다. 물질적 성과만이 우선시 되어 문명은 큰 발전을 이루었으나 이에 따르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 중 하나이자,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주역은 많은 성현들이 읽어왔다.주역<</span>단전>겸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이지러뜨리고 겸허한 것을 이롭게 하며..." 한마디로 비우라는 뜻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가 아닌, 비울 것을 얘기한다. 염원만으로 가득 찬 마음엔 하늘의 뜻이 머물 곳이 없다.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베유 또한 "비어 있어야만 초자연의 보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를 채우고 있는 것들을 비울 수 있을까. 최근 '불멍', '물멍'이 유행하고 있다. 타오르는 장작불이나 수류를 멍하게 바라보며 무의식을 비우는 힐링 행위이다. 스스로도 인식하기 힘든 내면세계와의 대화를 통해 존재자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된다.

 

시인은 "빈 마음에 별이 싹튼다"라고 했다. 무한하게 펼쳐진 별을 바라보며 계속 비워야 하는 의미를 사유해 본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류옥진 시인

 



2014.한국미소문학등단

시집흩날리는 씨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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