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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15 0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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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벌써

 

파도가 시작되는 곳으로 가고 싶었어 습관적인 출렁임이 쌓여 굳은 살을 가지게 되면 뜨거운 물도 만질 수 있는, 연약한 것들의 연약하지 않은 속성, 멀리 간다는 것은 그런 움직임을 만드는 일이야 밤이 더께처럼 떨어진 새벽의 뒤란에 바다를 심고 싶어 잃어버린 알약을 먹고 물을 삼키면 출렁거리다 파도치는 해안이 되는 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를 품에 안아보는 꿈의 한 컷을 보내고 싶었지, 해안에 닿기 위해 밀려났다 되돌아오는 파도, 흘린 눈물은 염전의 일부였어 고열과 오한이 반복돼야 시작점을 알게 될 것 같아 피가 끓어올라, 온몸의 혈관이 펄펄 비등점에 도달했어

 

가보지 못한 것이 나쁠 것도 없지

약병엔 여전히 바다가 꿈틀거리고

알약은 넘치도록 많으니까

바다가 있기에 바다로 가는 꿈을 꾸니까

 

어쩌면 이미 바다가 되었을

벌써가 출렁이니까

 

 

 

 

 




"우리는 희망할 자격이 있는가, 상상으로만 그치는 게 아닌가?" 부정적 감성 소유자의 말 같지만 가끔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인 실재와 부재의 교차와 공존인,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상징적인 질문을 떠올릴 때가 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주장한 ''(도덕)을 온전히 갖출 때 이를 수 있는 최고선의 경지인 아파테이아(apatheia)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이탈하지는 않을는지,

 

중용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념이 너무 많은 상태와 아예 없는 상태의 중간에 머무는 것, 곧 감정의 순화 혹은 감정적 균형(metriopatheia)을 유지하는 게 중요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뜻하지 않은 아픔과 만성적인 정서적 불균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시인은 바다를 가리킨다. 바다엔 폭풍과 격랑이 있고 수많은 위험이 잠재한다. 그럼에도 비등점을 지난 바다는 평온하다. 태풍이 있더라도 정화작용일 뿐이어서 분별은 의미가 없다. 바다는 지난 기억과 꿈을 담고 있다. 기억이란 삶의 질료이자 꿈을 향한 추진력의 바탕이 된다. 바다가 이러한 중용이다. 시인은 바다와 한 몸이 되었다. 출렁인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신진향 시인




2019모던포엠

시집눈 감으면 떠오르는 이름을 지우는 시간이 길 때 딴생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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