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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5-26 20:42:51
  • 수정 2016-05-26 2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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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ANY”


평평하고 길게 뻗는 목소리를 중심으로 밑에서 굵게 떠는 목소리는 어느새 흘러내리거나 굴리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슬픈 느낌이 강하다기 보다 맺힌 한을 풀어나가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그녀 조용주의 소리. "귀한 것이 나타났다"



25일 늦은 저녁시간 안성시민회관 대강당은 우리시대 가장 아름다운 언어 ‘아리랑’의 출연을 알리는 명창 조용주의 프로포즈가 시작 되었다.


안성시민회관 객석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통로에 박스를 깔고 관객이 앉아야 할 정도로 많은 안성시민들이 모인 그곳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찾아내 겨우 몸을 앉힌 기자는 문득 한해 전 시낭송과 더불어 애절한 여인의 소리를 듣게 된 그날을 기억해 냈다. 명창 조용주에 대한 외사랑의 시작이었으리라.



그날 처음 소리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고 귀는 얼마나 크게 열려 듣고 있었던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간 각종 행사에 출연하여 공연하는 것은 보았지만 명창 조용주의 이름을 걸고 안성시민을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한 자리는 처음인 듯하다. 가슴위에 소리가 머물기 시작했다.


조용주 명창은 일찍이 국악의 길로 접어들어 무형문화재 조소녀 선생에게 심청가와 춘향가를 사사 받고, 결혼 이후 안성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여 2013년 제16회 남도민요전국경창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안성을 대표하는 명창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에 더 깊이 알지 못한 기자는 이날 그녀의 무대를 빛나게 해주었던 출연진들이 모두 재능나눔 기부였음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상일 소리꾼과 국악연주를 하기 위해 모인 연주자와 안성바우덕이 풍물패, 태평무를 선보였던 무용수 등 모두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무대였다. 명창 조용주는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며 쌀 2톤을 기증하는 기염도 토해냈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지 않은가.


명창 조용주가 무대에서 보여준 손짓발짓 하나 표정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손끝과 발끝에서도 그녀의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그 작고 여린 몸에서 어찌 그리 큰 울림의 소리가 나오는지 볼수록 들을수록 매력 있는 소리꾼이었다.




그녀의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아득히 먼 기억들이 스물거리며 기어 나온다. 낮은 돌담길을 따라 뛰어 다니던 아이들의 모습, 머리에 광주리 이고 오시는 어머니를 향해 두팔을 벌리고 달려가 안기는 아이의 모습, 온 가족이 늦은 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들이 와르르 이마로 쏟아지던 경험, 어머니 돌아가시고 유품을 태우며 멍하니 앉아있던 기자의 모습 등.


남상일 소리꾼과 합송으로 사랑가를 부를 때는 현시대의 사랑모습과는 많이 다른 아주 감질나고 은근한 애정표현이긴 했으나 얼마나 애간장을 녹이던지 두사람의 사랑타령에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을 시작할 땐 저토록 설레고 즐겁고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었던 기억들. 소리를 통해 각자의 가슴에 품고 살았던 기억들이 영상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무대였다.




명창 조용주가 앞으로 승승장구하며 명창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해주길 바라며 안성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늘 초심을 잃지않고 겸손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한마당의 질퍽한 소리꾼으로 그 명성이 자자해지길 손 모아본다. 이번 무대를 통해 명창 조용주를 알게 된 많은 분들을 통해 그녀의 소리와 나눔의 따듯한 마음이 미담처럼 매일매일 이어지길 희망해본다.


조용주. 그녀는 진정 사람가운데서 사람을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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