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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21 1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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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눈이 녹아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봄기운이 가득한 봄비가 종일 내린다. 덕산기 계곡에서 홀로 일 년차를 맞은 미망인의 그리운 망부가(亡婦歌)처럼 빗소리가 구슬프다. 연유도 없이 슬픔은 때론 편안하게 들린다. 모든 물상과 모든 허위를 적시거나 때리는 비는 변덕스런 우리 마음의 소치를 다독이는 풍물소리로 들린다.

 

일이 없어 쉽사리 일자리를 얻을 수 없어 인생이 시들해진 어느 노부부에게 시니어 일자리가 생겼다. 먹고 살만한 그들이 부러운 나와는 달리 그들은 나의 출근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인생의 지루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살아가는 낙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란 그리 호락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늙어서 찾은 일자리가 쉬울 리 없다. 예시를 들어야겠다.

 

예시1). **아파트 외부 쓰레기 줍기와 같은 청소 일을 맡은 남편의 경험담이다. 살면서 변화하는 것의 하나가 직업군이다. 나름 젊은 날 사우디에서 돈도 벌었고 냉장관련기술자로 인재였던 그는 개인택시도 했으며 칠순이 지난 나이에 궂은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처지였다. 남에게 굴복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에 일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았고 적응되지 않았다. 그리고 날마다 하소연 했다. 이미 그릇된 사회이론을 겪어온 나는 온유하게 끄덕여주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무개념으로 투척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서면 또 떨어져있는 상황에 들어야하는 청소반장의 훈계가 그를 견디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예시2). **장애인복지센터에 취업이 되었다. 그녀는 50대 이후 전업주부로 살다가 무릎과 허리 수술을 받았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괴로움만으로 괴롭지 않다. 아픈 것은 자식의 일이다. 역시나 21조로 움직이는 청소일이 업무다. 외부 화장실 한 개씩을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비교적 큰 노동은 아니지만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도 일을 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 듯하다. 이 일의 노동의 값으로 그녀가 어렵게 마음 두드린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어려운 자식을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음을 안다.

 

살아가는 일은 욕구와의 싸움이고 긴장이다. 그렇게 진행되어진 것인지 우리가 만든 것인지 개연성은 두지 않는다. 봄비도 무력해졌는지 잠시 소강상태이다. 봄비와 노인의 일자리라니 무언가 두드려 맞은 느낌이지만 삶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니 내가 살아 있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봄비가 내리면 그 소리가 좋고 봄비가 멈추면 촉촉한 대기와 입김 나누면 그만이다. 소생(疏生), ‘거의 죽어 가는 상태에서 다시 살아남이라고 했다. 살아가고 있음은 생의 연속이다. 봄비가 내리는 것은 정지하지 않은 만물이 자꾸 흘러가기를 바라는 우주의 원리가 아니겠는가. 고로, 나도 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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