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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2-29 09: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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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어대듯 쏟아지는 빗줄기는

허공의 테마, 오감을 부풀리는 합창

 

사라진 봄꽃이 내 기분에 관여하듯이

빗소리에 역류하는 먼 시간의 행방을 묻는다

 

일테면 가문비나무에 빗소리가 요란한 것은

들려줄 아이러니가 많다는 게지

 

예를 들면, 비극으로 가득 찬 신들의 미토스

오르페우스의 리라나 프시케의 등불은

힌트 하나 없는 삶에 던져진 의심이다

의심이 가득한 방에서 문은 열리지 않아

신들에게서 온 것은 신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창문 뒤에 내일은 창문을 열어도 볼 수 없듯이

빗소리는 난감한 삶의 너무 많은 느낌표

신들은 울지 않아, 빗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비가 내린다. 대지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피워 올리는 흙내음과 습도 높은 공기에 젖는 이완의 시간이다.

 

삶에 있어서 ''라는 기호는 선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비는 ''혹은 'b'의 부정적 기호의 형식과 궂은날이 가져오는 좋지 않은 기억들을 밀어내려는 자아의 개입으로 낯설어진 표상表象을 발견하기도 한다. 기억 저편으로 밀어둔 지난 일들과의 재회나 그냥 넘긴 일들이 다시 발화할 수도 있다. 스스로의 의지 바깥에서 충족과 결핍이 반복하며, 서로 배치되는 때가 있어 삶은 아이러니라고 여겨진다. 이에 혹자는 말한다. "우리의 삶을 무대에 선 연극처럼 여기라고." 누구나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한 편의 영화 같은 삶과 같다고 여겨짐이 마치 미토스(mythos)와 같다.

 

지난 순간과 지금 사이에 빗방울은 어떤 작용을 할 것인가. 비에 대한 자아 확언이 다를 수 있지만 공중을 가로지르는 물방울은 감응과 전도의 순간이다. 이를 통해 사라진 일체의 영역(봄꽃, 응축 경험)이 되돌아(역류하는 먼 시간의 행방) 온다. 다시 신에게로 돌려준다는 시인은 관조적 삶을 비(요란한)에 투영시켰다. 빗물 따라 우리가 돌려줄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비가 선명해진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김성희 시인

 



2015년 계간미네르바등단

2024불교신문신춘문예 소설

시집나는 자주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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