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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25 08: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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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잠 깬 산과 나무들이

안개바람 타고 내려앉은

네 은빛 모습에 숨죽이고 있다

행여 너는 꽃이 아니리라

사랑에 번민하는 은밀한 장소에서

산사람보다 더 진실한 형상들로

안개 골짜기에 영롱히 내려앉아

하늘이 주는 꽃비마저 멈추게 해

차가운 화살을 몸속에 감춘

벅찬 가슴 끝없는 물결은

나뭇가지와 바람과 공기의 신비로운 조화

더운 바람에 혹여 사라지지 않을까

가슴 조이는 시인과 흡사하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인간의 감각을 통하여 획득한 만물의 상은 시를 통해 명확해진다. 외양 그대로를 묘사하면서, 본질과 본성을 고찰하며 시는 깊은 사유를 이끌게 한다. 언어로 개념화하는 과정을 거쳐 나타난 만상은 처음의 인식과 다르게 여러 갈래로 전개되기도 한다.

 

모든 물질은 원형에서 멀어진 상태가 많다. 눈꽃이라는 형상이 시인에게 포착이 되었다. 적설로 만들어진 꽃모양의 근원은 구름과 물이다. 그러면 구름과 물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하나씩 찾아갈수록 근원에 가까워지겠지만 지금 눈꽃이라고 부르는 순간은 원형과 차이가 있다. 그럼 우리가 보는 눈꽃은 정말로 눈꽃일까.

 

과학 전문 기자인 룰루 밀러(Lulu Miller)의 저서인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떤 분류학자가 물고기를 집어 들고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물고기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름이 있든 없든 물고기는 여전히 물고기인데.

 

시인은 "행여 너는 꽃이 아니리라"라고 했다. 감각하는 실재는 허구라는 주장도 있다. 감각하는 순간은 지나가버렸기에 온전한 현재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의 눈꽃이 사라지더라도 시인에겐 영원한 눈꽃이다. 구름으로 물로 변형, 소멸할 수 있지만 여전히 눈꽃이다. (박용진 시인 평론가)

 

 

 

 







김경수 시인

 



1980해변문학으로 詩作 활동.

시집 都市 아가미』 『황금달팽이의 모월모일某月某日

평론집 상상의 결이 청바지를 입다

한국농민문학상, 전북환경대청상(전북일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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