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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30 16: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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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왕성하게 모든 일에 적극적이던 마음이 점점 여려지고 있다.

 

흐릿하게 보이는 글씨와 사물들, 예쁘게만 보이던 철따라 피는 꽃, 인간관계, 그림그리기 취미에 쏟던 열정도 손을 놓고 의미를 잃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가진 의욕도 불타는 법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잦은 병치레가 원인인 듯하다.

 

오랜 속병이 차도가 없어 침과 뜸이 주인 한방 치료에 집중하며 신경성이 원인일 수 있다는 병명을 완화해 보려고 기운을 모은다.

 

몇 달 동안 아파보니 저절로 내가 움켜진 모든 것들이 부질없고 무기력증이 생겨 얼마 남지 않은 정년까지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처음에는 정년이 다가온다는 허무감에 마음이 우울했으나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보니, 또한 일만 하다 병을 얻어 병마에 시달리는 주변인들을 지켜보면서 인생 2막이 걱정되고 신중해진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일이 최고의 삶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지 그걸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생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일에서 호미를 놓지 못하고 노로의 쇠약한 몸으로 무엇이든 손을 놀리며 생을 이어간다.

 

서운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석남사 쪽에 있는 펜션으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나무그늘이 좋은 한적한 계곡에 물소리가 경쾌하고 물에 발을 담그고 몸을 적시며 서로를 향해 물을 뿌리며 오랜만에 놀이의 즐거움에 빠졌다.

 

하지만 즐거우면서 즐거움을 모르겠는 아리송한 현상에 몸은 식은땀에 젖는다. 오래전 느꼈던 생기가 꿈만 같다. 길에서 앞을 보니 서운산 줄기가 초록으로 환하다. 저리 밝은 초록빛 산을 보며 마음에 이는 동요를 다독인다.

 

슬럼프는 심신의 상태에서 오는 나약한 상태이므로 지금 내가 그러하지 싶다. 웃음기 잃은 입가가 처지고, 시간이 가면 인생의 문장이 다시 시작될 나이가 되어갈 뿐이고, 조금 아프다고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조급한 시간에서 뛰쳐나오자 각오를 한다.

 

길을 헤매다 돌아온 기분이다. 지혜를 잃지 않고 사는 방법으로 좋은 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넒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가장 넓은 길(양광모 시인)-

 

신기하게도 마음의 마법사가 작용을 하는 기분이다. 어제 바라본 유유히 흘러가는 흰구름은 구름기차 같다. 아무도 태우지 않은듯하지만 바람을 태우고 저녁 붉은 석양을 싣고 떠난다. 삶은 자유롭게 생각하는 스스로의 의지로 힘을 얻으니 나도 그렇게 호젓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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