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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8-26 1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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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두보의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


앓고 난후 오랜만에 세로야 오솔길을 걸으니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까치가 먹이를 찾아다니고 매미의 그악스런 떼 창은 애달픈 고비의 정점이다. 땀을 흘리고 평화로운 저녁식사를 하고 밤풍경에 취해 있으니 풀벌레 소리 청아하다. 매미와는 또 다른, 달빛에 매유 절 어울리는 소리에 한껏 귀 기울여 듣는다.

 

코로나 펜데믹도 버틴 나였는데 호된 시간을 맞았다. 평소 좋지 않던 건강에 함께하였으니 멘탈 붕괴와 더불어 일상을 간신히 유지하며 회복되어 돌아왔으니 다시 사는 기쁨이 크다. 무기력, 상실, 덧없음과 같은 비슷한 감정들에 휘감겨 빠져 있을 때 그 몫은 오롯이 나만이 감당할 일이었다. 창가에 누워 듣는 풀벌레 소리는 여름내 지친 심신을 조화롭게 이끌기에 충분했다. 한번쯤 아파봐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만은 착하고 선하게 살려고 하는 게 보인다.

 

우연히 두보의 시를 읽다가 가슴이 먹먹하여 우리의 청춘은 다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태산을 바라보며

 

垈宗夫如何(대종부여하) 오악의 으뜸인 태산에 오르니

濟魯靑未了(제노청미료) 제나라와 노나라 땅엔 푸름이 끝없고

造化種神秀(조화종신수) 조물주는 신묘한 절경을 펼쳤는데

陰陽割昏效(음양활혼효) 산 남북이 아침과 저녁을 갈랐다

湯胸生層雲(탕흉생층운) 층층이 일어나는 구름에 가슴 설레니

決資入歸鳥(결자입귀조) 눈 부럽뜨고 돌아오는 새를 바라본다

會堂凌絶頂(회당릉절정) 내 반드시 정상에 올라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 뭇 산들의 자그마함을 굽어보리라

 

시를 읽는 배경으로 풀벌레 소리 더하니 금상첨화다. 모기 입이 삐뚤어질 때도 되었으니 좀 큰 소리로 운디고 미워하리. 지상에 보이는 것들은 야위고 여리지만 강한 인자를 가졌다. 선두로 들리는 귀뚜라미는 가을의 전령사라 소리가 더 두드러진 걸까. 어린 시절에 잘 보이던 그 작고 검은 몸체는 지금 쉽게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어느 자리에 숨어 목소리로 계절을 친절히 알려주누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기막힌 퍼즐을 곱게 들으니 누렇게 뜬 힘없던 시간도 귀히 여겨진다. 그게 여물어가는 인간사 세상사의 순리, ! 가을이 오니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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