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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26 07: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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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뭐하냐고 묻는데

입안 가득 밥을 넣고 오물거리는 동안

쉴 새 없이 계절은 지나가고

너는 아득한 세상 밖 그 어디쯤에서

나를 잃어버린 걸까

앰뷸런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허공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린다

슬쩍 내 어깨를 밀어 넣고

나무 위의 새들은 후드득 먼 하늘을 보고 있었을까

나는 아직도 대답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바람을 밀고 가는 구름

누렇게 익어가는 푸른 나무들

세상의 모든 길들은 나를 관통해 뻗어가고

오랫동안 귓속을 맴도는 거리악사의 팬파이프 소리 

 

 

 


 




김경린 시인

 



여주 출생

2017년 계간《시산맥》등단

2017년 제2회 정남진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유령으로 나는 서 있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가 왔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카오스모스(chaosmos)는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합쳐진 용어로써 '혼돈'과 '질서'를 대립적으로 보던 관념을 넘은 개념이다.

 

카오스 현상은 영국의 기상학자 로렌츠가 예측하기 힘든 대기의 움직임에서 일정한 규칙과 질서를 발견한 것으로서 즉, 세계는 부동의 절대絕對가 아닌, 많은 다양성과 부단한 운동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카오스는 단순한 혼돈의 의미가 아니라 '혼돈 속의 질서'라고 부를 수 있는 '카오스모스'의 세계로 정립된다.

 

혼돈과 질서는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적이며 중첩된 것이며, 이로 인하여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건들은 발생한다. 밥을 먹는데 전화가 오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앰뷸런스, 바람을 밀고 가는 구름을 역으로 발견하는 일도 사건이다.

 

"나는 아직도 대답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시인의 말처럼 때론 왜, 나한테 이런 일(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이 생기는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물리적인 직접 증명이 아니면 납득하기 힘이 들지만 혼돈 속에 내재한 원인과 도출되는 결과는 상호의존성을 말한 연기론緣起論을 비롯해서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두 부분계가 공간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음(비국소성)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사건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발생하며 항상 진행 중이다. 어떠한, 잘 모르는, 멀다고 여겨지는 요인으로도 언제든지 도래할 수 있다. 복합과 중첩으로 발생하는, '나를 관통하는 모든 길'(여기의 사건들)에서 유연해진 시인을 읽을 수 있다. 팬파이프의 울림에 잠시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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