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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7-08 22:53:31
  • 수정 2016-07-08 23: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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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쇄위기에 놓인 정신사회복귀시설 달팽이의 꿈과 동그라미



바람이 금계국 꽃잎에 흩날리는 어느 오후 달팽이 한 무리가 느릿느릿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속도로 금광면 오산리에 위치한 달팽이의 꿈과 동그라미라고 이름 붙인 정신사회복귀시설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을 위한 쉼터라고 여기는 안성유일의 정신사회복귀시설이 경제적 운영난에 허덕이며 폐쇄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이 시설들은 달팽이의 꿈을 실현하려는 최학윤·유상현 부부가 운영하는 시설로서, 2009년도 부부가 땅을 매입하면서 복지시설의 꿈이 시작되었다.


2013년도 설립한 이 시설들은 정신적으로 아프거나 미약한 분들을 일시적으로 수용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 즉, 정신사회복귀시설이다. 2016년도 현재 두 곳 시설에 15명의 원생이 살고 있다.


당초 땅 구입도 시설건축도 이 부부가 평생 모은 돈으로 시작했다. 남편 유상현 원장은 안성 공도에서 'H안전물산'을 운영하며, 한때는 연매출 10억 원을 자랑하던 사업가였다. 아내 최학윤 원장은 20년을 넘게 병원 일을 했다.


세상말로 말하면 아쉬울 것도 없던 그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부족할 것 없는 삶을, 부족함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를 도우면서 살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문제는 운영비와 인건비다. 2013년도 시작할 때는 그들의 자비로 시작했거니와, 아직도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와 인건비가 안성시 예산에서 지출되고 있다.


지금 이곳은 시설장포함 종사자가 4명임에도 안성시에서 지급하고 있는 운영비는 매월 276만원을 넘지 않고 있다. 운영비 76만원과 사회복지사 1명의 인건비 200 만원이 전부인 곳.


현재 경기도에는 43개의 정신사회복귀시설이 있다. 이 시설엔 운영비와 인건비를 도비 10%와 시비 90%를 들여 지원하게 되어있다. 경기도에선 안성시의 달팽이의 꿈과 동그라미 두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41개의 시설이 개원 6~9개월에 해당예산을 모두 해당 시·군·구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하지만, 안성시에 있는 두 곳은 시설지원이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명의 인건비만 지원하는 시설은 경기도의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지원방법이다. 경기도의 다른 시,군구엔 한 시설 당 최소한 65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경기도 기준이라면 이 두 곳은 최소한 매월 1300만원(인건비 4인기준 최소 1000만원 + 운영비 2곳 기준 최소 300만원)이 예산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이곳은 매월 운영비와 인건비가 고작 276만원이다. 원장 두 사람과 교사 한명의 인건비는 아예 없다.

그렇다면 이 부족분은 어떻게 할까. 그렇다. 부부가 벌어 놓은 돈은 이미 고갈 상태이고 현재 버는 돈(H물산 통해서)을 여기다 끌어다 쓰고 있다. 이러한 일이 지속되자 살림살이가 매월 적자다.


운영의 어려움이 반복되자 법원 압류로 인해 차압도 당했다. 타고 다니는 조그만 경차도 압류되었으며, 시설종사자 4대 보험료(매월 70만 원 정도)가 오랫동안 연체되고 보니 의료보험공단에서 압류해 가버렸다.


사업해서 번 돈을 시설에 메우다보니 사업자금부족으로 인해 해당업체에서 시설에 있던 생활가전제품들(텔레비젼, 냉장고, 쇼파, 에어컨, 세탁기 등)을 압류해서 가져가버렸다. 공교롭게도 압류해서 경매 처분하는 날에 지도감독 기관의 담당자가 이를 목격하기도 하였다고한다.



▲ 정신사회복귀시설 입소자와 유상현 원장


혼자서는 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없는,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당한 15명의 정신질환자 원생과 가진 것 다 내주어 그들의 징검다리가 되고자 했던 원장부부와 그들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준 2명의 사회복지사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안성시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한 몫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안성시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과 관계자를 만나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시설은 화재 발생의 위험이 있어 소방시설 미비로는 예산을 책정하는 데 한계점이 있었죠, 그래서 우선 복지부 예산 50%와 시 예산을 들여 소방 설비를 갖추는데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또한 관계자는 “안성시는 30%가 넘는 복지예산을 쪼개어 예산을 집행하다보니 늘 집행액의 부족함에 안타까웠다.”고 전하며, “뿐만 아니라 두 곳 시설 중 한곳에 3천4백여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점차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며, 더 많은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안성시 예산이 부족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안성시의 의지가 부족해서인지도 엄밀하게 따져 볼 일이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겠다며 희생하는 부부에게, 삶의 파국을 안겨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더군다나 부부에게 딸린 15명의 식구들과 교사들의 삶이 무너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달팽이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여전히 느리지만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다. 내년이 될지 내 후년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 도달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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