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노인의 눈물을 얘기하려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로 예를 들어야한다.
젊은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인 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고, 냉동 설비, 에어컨 설치, 아이스크림 회사, 택시 기사, 물건 배송, 화물차 운송을 하다가 쉬고 있는 사이 칠순 초반의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건물 청소일과 아파트 경비도 했지만 직장 관리자의 지적이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자존심 때문에 일터에서 일하다 그냥 나오기를 반복하였다. 노인 일자리에서 연결된 일이 끝나고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었지만 매번 손절 당했다. 거절의 사유는 60대에 밀린 나이 때문이었다.
평범한 부부의 노후살림에 어렵사리 돈을 마련해 조합원 택시를 시작한지 며칠 지났다. 하지만 시력이 떨어져 야간 일이 위험하고 오래전과는 너무 다른 변화된 영업시스템과 커고 달라진 차종에 적응하기 어려운 운전감각, 오래전 다친 허리가 장시간 앉아 운전하니 재발한 허리 통증, 노인성 불면증 등이 택시 시작한지 며칠 만에 우려로 나타났다.
첫날은 큰일 아닐 정도의 경미한 접촉으로 지나갔는데, 오늘 스스로 접촉사고를 내서 정비사업소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흐느끼듯 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예전과 다르게 몸과 마음이 약해진 정황으로 볼 때 남의 눈치나 체면 따위 생각하지 말고 하루 빨리 차를 처분하는 쪽으로 조언해 드렸다.
너무 강한 자존심이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함을 알아챈 나는 점점 약해지는 그(형부)를 보며 인간이 노인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덤덤히 지켜보았다. 사람은 늙어도 성향은 변화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큐프로 ‘삵의 겨울’을 시청하면서 숲의 강자 삵의 신중함과 노련함에 놀란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삵은 마른 잎을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은밀한 그의 발걸음, 그는 은밀하게 외진 곳에서 살아간다.” 덥석 물것 같은 새 한 마리를 수십 번 날아올라 사냥 실패도 다반사지만 흐트러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긴장을 유지하는 짐승의 고독한 사투에 끈기를 배운다.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사라진 삵, 인간이 생각하는 삵의 이미지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삵의 겨울은 다른 동물에게도 혹독 그 이상이다. 야생의 생명들은 먹이구하기가 힘들어 며칠 굶기가 일쑤다.
생존은 모든 생명의 주어진 업(業)이다. 공중을 나는 목표물을 향해 온몸을 허공 높이 비틀어 올라 낚아챈 사냥물을 취득해도 과도한 기쁨의 리액션은 없다. 그저 본능으로 사는 일이 주도인 삵을 보면서, 우리는 수많은 욕망에 가득 찼으며 그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상실과 비관에 사로잡혀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노화는 노인이 되는 과정이며 젊음의 시간을 건너가는 일이다. 제 아무리 잘나거나 강한 사람도 늙어지면 쇠락의 그늘 앞에서 당황하지 말고 공손히 순명에 따라가야 아름답다.
인간은 누구나 시를 쓰거나 감상하는 안목을 지녔기 때문에 살면서 자신만의 인생이야기 한번쯤 불러보았을 것이다. 어떤 시점이나 순간마다 일어났을 삶의 에피소드가 모여 노후는 쇼스타코비치 <</span>왈츠 2번>과 같은 웅장하고 장엄한, 그러면서 가장 슬픈 왈츠인 오케스트라를 경험하게 된다.
연주 속에는 모든 생이 가진 복합적 감정을 치유하는 엄숙함이 있다. 아직 노인이 덜된 내가 노인을 위안하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아 울고 싶은 어느 그늘에도 지혜의 양지는 드리운다.
“인간사에는 안정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성공에 들뜨거나 역경에 지나치게 의기소침하지 마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울음 뒤에 올 것은 웃음이니 그의 건강한 본성은 다시 부메랑 되어 돌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