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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8-25 00:37:22
  • 수정 2016-08-25 0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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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금폭탄을 안겨준 전기요금 고지서와 전력기금

 

 

처서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연일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는 가운데,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폭등에 대한 우려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에어컨은 신나게 돌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전기요금 폭탄'은 터지고 말았다.

 

현재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 쳬계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킬로와트시(kWh)당 전력량 요금은 60.7원이지만,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가 뛰는 가파른 구조로, 여름철 한 달간 에어컨을 하루 3시간 이상 가동한다고 추측하면 전기 요금은 평소의 2~3배 이상을 내야한다는 사실은 이제 더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

 

물론, 애초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얻는다는 취지는 어느 누가 생각해도 옳은 처사였으리라 허나, 요즈음 누진제에 따른 소득 재분배 효과는 감소하고 오히려 저소득층에 절약을 강요하는 상황이 되어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마음대로 켤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올해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고, 밤에도 열대야로 시달리는 등 요금폭등을 예상했음에도 팔순노모에게 전기절약을 강조할 수는 없었다.

 

지난 19일 한전 안성지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내일까진 전기요금을 납부해야한다’는 그리고 ‘3개월이 밀려 있으므로 납부하지 않으면 전력공급은 정지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찜통 같은 더위에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지글지글 불꽃이 타고 있었다.

 

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인지에 대한 질문에 고지서 발송은 이메일로 신청되어 있다는 대답만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그러나 필자는 고지서를 받아 본적이 있다며 고집을 피우자 한전 관계자는 전력공급 중단 안내문이 발송된 것을 보신듯하다는 아주 당연한 멘트만 반복되었다. 고지서를 보내주시면 보고 납부하겠다는 말로 통화는 끝났지만 괜스레 약이 올랐다.

 

다음날 고지서는 날아왔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요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도 있고 해서 고지서를 한번 찬찬히 들여다봤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한 달 고작해야 5만 원정도로 알고 있던 요금의 다섯 배 26만여 원, 물론 3개월 합산 요금이라는 것을 감안했음에도 난감한 금액이었으므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4월26일부터 5월25일까지 54,470원, 에어컨을 조금씩 가동하기 시작한 6월 요금 76,530원, 그리고 문제의 7월 요금 134,720원. 5월 요금의 2배가 훨씬 넘는 ‘요금폭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의심이 났던지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그래도 대가족 할인요금 12,000원에 위안을 삼다가 부가세 10%야 당연히 내는 세금이지만 다음 항목인 전력기금 4,400원에 눈길을 멈췄다. 알 수 없는 내용이었으므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전력기금의 정식이름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며,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했다.

 

▲ 한전 본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린 한전 PR광고

 

이미 웹페이지 곳곳에서 전력기금에 대한 볼멘소리가 가득 나열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돈인가.이곳저곳 살펴보니 전력기금은 원래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에 쓰여야 하지만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2014년 기준 지자체가 한전으로부터 기금을 받고도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은 ‘눈먼 돈’이 2160억 원이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급기야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나열된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에 따르면 전력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980억 원이나 됐으며, 이 천문학적인 돈은 정부가 근번 발표한 여름철 누진제 한시적 완화에 들어가는 4200억원의 6배에 육박했다. 여기에 전기요금 상승과 사용량 증가로 2013년 1조8275억원이 걷혔던 것이 지난해 2조1440억 원으로 17.4%나 늘었으며, 전력기금은 정부가 마땅한 사용처를 찾지 못해 매년 2,000억~3,000억 원을 적립하고 있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전력기금 여유자금 5975억원을 장단기 저축을 통해 이자 126억원(3.2%)의 수익을 비롯해 2012년 162억원(3.8%), 2011년 115억원(4.5%)의 수익을 올렸지만, 국민혈세로 이자놀이가 적정한지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커짐에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배신감이 물밀 듯 몰려왔지만 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에 나서기로 하지 않았는가. 제시될 그 해법을 믿을 수밖에.

 

한편 한국전력공사 안성지사 6월 전기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안성 118,718호의 고객에게 약 2억1천 kW를 판매하여 246여억 원의 판매수입을 올렸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8월 요금은 또 얼마나 나오려나 가슴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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