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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25 09: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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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이번 광복절은 의미가 남다르다. 광복 80주년의 의미도 크지만, 그 며칠 사이로 결혼 5주년이 되는 아들내외의 깜짝 방문이 있었다. 


하루 전날은 아들의 생일이기도 하여 모처럼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며느리와 아들은 갈수록 편안하고 애정이 깊어 보였다. 바라보는 엄마 마음도 기쁘다.

 

양가부모에게 도움 받지 않고 결혼을 하고 한마디로 근심되는 일을 만들지 않아 너무 고맙다. 처가에서 마련해준 집에서 아들이 결혼 전 마련한 살림으로 지금까지 꾸려왔는데 알뜰히 살더니 집을 마련한 모양이다. 새 아파트는 아니지만 기쁨이 가득한 낯빛에 덩달아 마음 설렌다. 부모가 되어 다 큰 자식에게 받는 선물이 이렇게 클 줄이야. 두어 달 후면 집주인이 되는 것이고, 그 큰일을 그들이 만들어 냈으니 부부의 마음은 붕붕 떠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젊은 날이 떠오른다. 10년이 넘게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 집에 대해 절실한 마음이 없었다. 오랜 된 단칸방에서 두 아들을 낳고 키웠다. 기찻길이 있던 동네는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어머니와 우리는 그때 집을 따로 마련해 입주하였다. 처음으로 살아보는 아파트 냄새가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살림을 났으니 가전제품도 새로 들였다. 신혼살림처럼 모든 새 것의 향기에 들떠서 둥실거렸다. 그러니 아들내외의 기쁨을 어찌 모르겠는가.

 

아직 아들이 사는 집에 다녀오지 못해 늘 사는 것이 궁금했는데, 이사를 하고 제대로 집을 정리하면 엄마를 모시겠다고 한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보다, 이런 말들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니 말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에는 ‘신들에게서 나의 좋은 조상들, 좋은 부모, 좋은 누이, 좋은 스승들, 좋은 권속과 친지와 친구들을 예외 없이 모두 얻었다. 이 모든 일들은 신들과 행운의 도움 없이는 안 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순하고 순응하는 자식을 가진 것이 참된 복인 것 같다. 이것을 깨달으니 입가에 엷은 미소가 머문다. 무엇을 해 주지 못 했지만, 자신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자식에게서 신들과 행운의 감사함을 되뇌어 본다.

 

AD121-180의 시대 로마제국의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기 자신에게 쓴 일기이자 철학서인 명상록처럼, 이제는 한 번씩 받게 되는 생의 선물들을 나도 기록화 하며 행복의 맑은 우물을 들여다보겠다. 이제까지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아들에게 하고 싶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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