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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9-09 12:19:10
  • 수정 2016-09-09 12: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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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년 그을음을 씻어내자

구석구석 그을음에 갇힌 시간들이

한 꺼풀씩 옷을 벗는다


대대로 한 가마 밥을 짓던 가마솥

뭇 중생들에게

밥이 아니라 시를 공양해온 가마솥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염불을 외다가 이제,

빛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앉아있는 모습이 꼭 부처님 같다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나와

제 솥 안에 하얀 영혼의 쌀을 받아 안치고

쌀밥을 짓는다는 건

본래의 자기 모습을 보는 일

모든 생生에 새 기운을 주는 일이다


오늘 나는 내 안에 가마솥 하나를 걸었다

뚜껑을 열자 오십 년을 기다린 시안詩眼이

들어와 앉는다

두리번거리고

소곤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앙가슴에 큰 돌 하나 고이고

석가헌

여름을 넣어 끓인다



이정오 제 1시집 87쪽-




















<이정오 시인>





충남 예산 출생

아주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0년 계간⟪문장⟫신인상 수상

현. 안성문인협회 회원

고은문학연구소 사무국장

만인보아카데미

시집. ‘달에서 여자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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