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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20 10: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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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세월, 시계바늘, 무상, 계절과 같은 단어를 생각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순리임을 알면서도 허무한 생각이 부쩍 든다.

 

평택시 농업생태원에는 “평택의 뜰, 일상에서 정원을 만나다”는 슬로건으로 경기 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작가정원, 생활정원, 기업정원, 시민정원의 전시와 문화공연, 컨퍼런스, 정원산업전으로 가을을 만끽하는 행사였다.

 

모종, 나무, 꽃, 정원용품, 스마트팜까지 볼거리 많은 전시 구경이 어땠냐는 질문에 “비가 많이 와서 꽃도 시들고 땅도 질퍽하고 신발만 버렸어”라고 대답하는 부부의 얼굴에 주름이 짙다. 아름다운 곳을 찾아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노년의 구겨진 심경이 서글프다.

 

추석 연휴에 평택 코스모스 꽃밭 명소 ‘오성면 창내리 경관 농업단지’에 다녀왔다. 나가지 않으면 꽃을 볼 기회가 없다. 가을 풍경으로 코스모스 들판은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꽃 속에 숨어들어 꽃내음을 맡고, 어루만지는 모처럼 꽃나들이가 아직도 하늘거린다.

 

어린이 왈츠 동요 ‘꽃과 같이 곱게 나비 같이 춤추며’라는 어린이 노래가 있다. ‘아름답게 크는 우리/ 무럭무럭 자라서 이 강산을 꾸미면/ 웃음의 꽃 피어나리’란 이 곡을 들으면 참 건강하고 예쁜 노랫말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과 정신이 시든 꽃밭으로 변해가는 우리는 무럭무럭 쇠하고 있다. 시들어가는 꽃과 진흙 묻은 신발만 보이는 노년은 얼마나 슬픈가. 인생은 60부터라고 이야기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하나씩 요양원에 누워 금귤 체액만 배설한다. 불과 몇 년 전, 그렇게 흥이 많던 사람이었는데 자기 앞의 생을 바라보는 눈빛은 젊은 그 시간들을 흐리게 안고 있다.

 

비까지 자주 내리는 가을이다. 어느새 초록을 밀어내고 느티나무는 몸 아래 갈색 잎을 내린다. 아직 순서를 기억하는 작은 국화들이 형형색색 피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찬비를 맞아도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히 살다가는 작은 꽃에게 삶의 총명함을 배운다.

 

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순리를 부정하는 고집스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치는 사람은 약할 수밖에 없다. 한 해마다 달라지는 물들고 익어가는 자들의 헛헛하고 시린 가슴은 스스로가 연고제가 되어야 한다.

 

곧 동네 가로수 은행잎도 노랗게 물들어 온 가슴을 흔들며 날릴 것이다. 잘 살다 간다고, 마지막도 황금기라고 허공을 차오르다 풍장 하겠다. 아직 시계 초침을 볼 수 있는 눈과 귀와 마음이 있으니 우리는 참 건강한 영혼을 가졌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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