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지난 주, 지인의 텃밭이 있는 작은 농장에서 김장을 하고 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맞도록 하고 있는 일이 바쁜 가운데 봄이면 빈 땅을 놀리는 게 아까워 밭농사를 시작한다. 고추 모종을 6월에 심어 김장 고춧가루를 내니 그녀말대로 김장은 한해 농사로 준비한다는 것이 맞다.
배추를 거두어 다듬고, 자르고, 절이는 과정, 양념소를 만들 재료를 손질하고 채 썰고, 찹쌀 죽을 끓이고, 마늘과 생강을 가는 여러 과정을 도우면서 이제는 잊고 살던 큰일이 은근 버거워진다. 온 가족 겨울 양식의 중심인 김장을 당연한 자신의 몫으로 여기며 불평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도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열심히 도왔는지 손가락 관절이 욱신거리고 어깨가 아팠다. 야무지고 재빠른 그녀 모습을 보면서 열심(熱心)이란 말을 생각해 본다. ‘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 힘씀’이라고 하니 매사 모든 일에 열심히 사는 그녀에 대해 내 심사로는 쉽게 정의 내리는 일이 어렵다. 그것은 그렇게 사는 일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나도 큰며느리라는 소임으로 여러 가족들의 김장을 책임지는 주인공이었다.
그 시절은 그렇게 사는 것이 숙명이려니 했기에, 새벽 찬바람 부는 마당의 수돗가에서 배추를 뒤집는 일도 불평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겼다. 세월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니 나를 이끌고 질책하던 호랑이 시어머니도 먼 나라로 가신지 오래고, 김장을 받아먹던 시누이들과 동서도 없으니 나의 옛날이야기는 여기 까지다.
김장을 도와주고 넉넉하게 김치를 받아왔다. 파김치와 섞박지도 곁들여 받으니 올 겨울은 문제없이 김치로만 나도 좋겠다. 직접 밭에서 거둔 친환경 작물들로 준비한 겨우살이 김장체험을 하면서 열심히 산다는 보답은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틀 동안 함께한 김장 동행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간소화 된 살림이라고 하나 여전히 김장은 겨울 살림의 중심이 된다. 따끈한 흰밥에 김장김치만 걸쳐 먹어도 참으로 맛이 나는 이유는 몸을 움직인 결과라 생각한다. 나누어 먹으면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더욱 귀히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 반대의 의미를 생각한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고. 열심히 살면 체력적으로 피곤하고 마음에 감정의 요소와 의욕이 불안정한 요소로 다가오게 된다.
무조건적 열심히는 언젠가는 심신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마음이 시키는 적당한 일을 하는 것도 지혜이고 능력이다. 지나친 것은 언제나 해롭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