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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3-09 06: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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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노화인지, 사물이 흐리고 침침하여 책은 장식으로 꽂인지 오래다. 간결한 삶을 추구하면서 정리를 하고 남은 책도 많다. 버리기에는 아직 미련이 있어 책들을 한 번씩 꺼내어 제목을 보며 들춰도 보았다.

 

한 책장은 시집으로 가득하고 두껍고 글씨가 깨알 같은 평론집도 묵직하니 자리를 차지한다. 아직은 그들과 이별할 결심이 서지 않아 무슨 책들이 그리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찬찬이 그들을 집어 본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으면서 배흘림기둥에 기대보고 싶은 열망으로 어느 해인가 기어코 부석사 무량수전을 찾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눈을 감고 교감을 나눈 순간이 떠오른다. 언제 마음이 변해 그들을 입양 보낼지 모르지만 욕심이 아직은 그들을 소유하게 만드니 어쩌랴.

 

안경에 의지할까 고민도 했지만 다행이 일하는 여건이 이어폰을 들어도 상관없는 곳이라 오디오북을 듣게 되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 못한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span>월든>을 들으면서 온 몸 세포가 깨어나는 전율을 느꼈다.

 

미국 독립 기념일에 맞춰 친구 에머슨이 소유한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손수 지어 들어간다. 월든 본문 중에서 ‘우리는 사소한 문제에 얽매여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며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보고 싶었음을 강조한다.

 

물질에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에서 그는 간소하고 간결한 삶, 자급자족을 추구하며 자연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면서 고독과도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마하트마 간디와 법정 스님도 이 책에 영향을 받아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하게 된다.

 

이 책은 자주적인 독립, 환경과 자연,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을 실천 하는 것을 강조한 철학적 에세이며, 시이며, 무엇이라 지칭하기 힘든 영역을 가진 물질 만능을 경고하는 성찰과 위안을 주는 고전이며, 무수한 세월이 지난 지금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내가 숲으로 간 이유는 사려 깊은 삶을 살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 직면하고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과연 배울 수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실었다. 죽을 때가 되어서 자신이 진정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곡하는 꼴이 되고 싶지 않았고,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는 부분을 낭랑한 저음으로 듣노라면 형용하기 어려운 희열에 휩싸인다.

 

일을 하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 버스를 타고 오고가는 시간, 잠자리에 들면서도 귓전에 낮게 속삭이는 책 듣는 기쁨은 첫 매화를 대하는 기쁨처럼 피어난다.

 

문장 하나하나가 내 마음으로 든다. 가령 ‘호숫가 새벽 빙무가 주는 아픔이 살을 찌르듯 하지만 폐에는 좋을 것이다“와 같은 문장에서 나는 폐부에 가득 힘을 주어 호흡을 힘차게 이끈다. 그러면 신선한 새로운 공기가 들어차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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