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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4-06 1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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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시인

   [유영희의 共感同感] 봄비 소식에 통복천으로 갔다. 만개한 벚꽃이 멀리서도 눈이 환하다. 개나리와 조팝나무 꽃도 열렬히 피었다. 개화와 동시에 지는 순간은 화무십일홍의 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봄비로 우는 가슴을 만든다. 바람이 불면 저 연분홍 잎들은 벚꽃비가 되어 세상과 이별하겠지. 마지막일지도 모를 꽃들을 보기 위해 나선 밤 산책은 차갑고 눈부시다.

 

겨울을 보내고 가까이서 들어보는 개울물소리와 물 냄새, 그리고 꽃의 환희에 취해 나를 사로잡던 온갖 삿된 기운을 씻어본다. 산책을 나서기 전 오랜 친구부부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직 아들과 딸이 함께 살고, 강아지가 어린애처럼 노는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니 이미 멀리 떨어져 사는 나의 집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왜 예전에는 저런 사소한 행복을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 하고 살았는지 후회하며 쓸쓸한 온도를 올려본다.

 

요즘, 새롭게 하게 된 호흡명상과 좋은 말 듣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늘 올라오는 생각들을 일부러 밀어내려 하지 말고, 오만가지 생각이 올라오면 ‘아! 생각이 또 올라오는 구나.’라고 알아차리면 된다고 한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따라오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휴식을 가지기 어려워진다. 부정에 물드는 일은 쉬우나 긍정으로 치유하기는 전환이 더디다. 삼라만상에 봄을 맞았으니 쇠락해진 것들을 봄 곁에 두어 말리자.

 

주변에 나이가 겨울인 칠십 중후반의 지인이 많다. 해가 다르게 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저무는 일을 늘 생각하게 된다. 건강 이상무였던 형부와 언니도 그 그물에 걸려 앓고 있다. 허리 협착증에 의한 불편한 걸음으로 시술을 하거나, 인지기능 저하, 파킨슨 진단을 받아 생을 다 살은 듯 꽃 피는 계절과 조우하지 못한다. 거실 베란다 창으로 보이는 백목련에도 감동이 없는 저 눈빛과 표정과 어둔한 몸동작을 보니 대리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내일 봄비가 다시 내리면 숨 막히던 만개의 유희도 끝이 나고 그 자리에 초록이 돋을 것이다. 지고피고, 지고피고는 우주의 원리임을 모를 리 없고, 한 순간 잘 살다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알면서도 두려워하고 슬퍼하며 사는 일이 나약한 인간의 고(苦) 아니겠는가?

 

지는 꽃은 참 위대하다. 이미 피면서 소생과 사를 동시에 생각했을 나무의 본능을 닮으려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지면서도 울지 않는 덧없이 아름다운 자연계에 아직 살아있는 나와, 그리고 발동하는 끊이지 않는 아상들을 놓아버리기 위해 한 번 더 숨을 들인다. 그러면 조용히 가는 세상을 듣게 된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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