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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04 17: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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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굳는다

가벼운 문을 미는데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하얀 가운들이 지나는 길목

나는 자꾸만 작아져서

공손히 두 손을 모은다

말수와 숨소리가 함께 낮아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처럼

잠시 투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수면 아래로 깊어지는 호수처럼

생각이 바닥에 닿는 시간

 

복도 끝 의자에 앉아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하루치만큼의 목숨을 껴안은 채

가장 순한 인간이 되는 일

 

 






원탁희 시인

 




2016년『시와시인』 등단

도서출판 예맥 대표

계간『시현실』발행인

박인환문학상 운영위원장

시집『세상살이』『멈춘 시계와 돋아나는 날개』

수필집『감전되고 싶은 날들』

 

 







(박용진 시인/평론가) 삶은 예측 불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불확실한 앞날과 뜻하지 않게 도래하는 일로 '불안정함'이 세상의 근본이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피투被投된 존재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온 일들을 누구나 경험하는 삶의 단면들이 주는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건강하게 지내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수가 있다. 아직은 멀지만, 상실을 떠올리게 된다. 치료에 몸을 맡기면서, 여태껏과 다른 풍경에 불안해진다. 불안과 통증은 물질 육체의 고유성이다. 화자는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일은"이라고 했다. 여태껏의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살아온 삶과 다른 순간 앞에서 무너진다.

 

나 이외의, 타자의 고통을 대신 읊조리거나, 관조하는 순간이면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고통이라는 삶의 당위를 살아가면서 왜, 고통은 삶의 조건으로 작동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무조건 순응만 해야하는 것일까.

 

몸은 일정한 수명을 살아간다. 항상 끝을 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은 의지로 살아가는 존재다. 작품「병원에서」는 언제든지 아프거나 소멸할 수 있는 몸이 가진 잠재력에서,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자유의지를 통한 선택은 축복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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