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밤
길을 걷다가 보았습니다
잎사귀 하나 없는 나무에
조등弔燈처럼 피어오른 꽃송이를
무엇이 그리 급해
순서를 바꿔 피어오른 것일까요.
가족들의 인적이 끊긴 빈집의 고요처럼
텅 빈 하양으로
혼자 흔들리는 꽃
저 홀로 먼저 피었다고
대견해하는 사람 있는 것도 아닌데
밤길 밝히려 홀로
피어오른 것입니까.
목련꽃이 목을 꺾고
죽으려는 까닭을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눈물이 눈물을 가장 잘 알아보듯
외로움은 외로움이
가장 잘 아는 법입니다.

주영헌 시인
2009년 '시인동네' 신인상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는 뜻의 '외로움'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으로서 지인들과 보낸 오랜 시간 뒤에도 빈집처럼 텅 빈 공허함이 깃드는 것을 경험한다.
살벌하기까지 한 물질 경쟁 사회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기 십상이며, 곁에 누군가가 있음에도 가지는, 이런 부정의 감정을 태생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거나 그냥 외면하면서 살아야 할 것인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많은 상황만큼이나 복잡한 감정에 매몰될 때가 있다. 당시에는 벗어나기 힘들다고 여겨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감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를 경험한다.
주영헌 시인은 "저 홀로 먼저 피었다고 / 대견해하는 사람 있는 것도 아닌데"라고 했다. 각각 핀 꽃은 외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가짜 감정을 승화시켜 등불처럼 환하게 핀 꽃을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