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경비 삭감·낭비성 예산 차단·조직 개편·세입구조 개혁 추진…민생예산은 끝까지 보호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에 나섰다.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에 나섰다. 업무경비 삭감과 낭비성 예산 전면 차단, 조직 개편, 세입구조 개선 등 전방위적인 비상조치를 통해 구조적 재정위기 해소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추 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기도 재정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두고 과장된 주장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공약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조차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선 8기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상당수 민생·필수사업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취임 이후에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받았고,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과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이 재정을 정상화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 지방채·기금까지 동원했지만 민생예산도 부족
경기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총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법정 발행한도(9,460억 원)의 99.6%에 달하는 규모로, 지방채 발행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해 남북협력기금 등 각종 기금 5,588억 원을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남북협력기금도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을 전용해 현재 잔액은 44억 원만 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재원 확보에도 올해 예산은 온전히 편성되지 못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1,234억 원), 도교육청 학교급식비 지원(548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291억 원), 경기도 산후조리비(80억 원),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지원, 가족돌봄수당 등 상당수 민생사업은 마지막 3개월분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추 지사는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 취득세 의존 구조 한계…"3기 신도시 효과도 기대 이하“
추 지사는 경기도 재정위기의 구조적 원인도 설명했다.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천억 원이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은 약 3조5천억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는 개인·법인 지방소득세가 없는 반면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세수 효과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 취득세 수입은 기존 예상 6,500억 원에서 2,3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인 반면, 교통·소방·기반시설 확충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경기도가 막대한 인프라를 투자해도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되는 현행 제도 역시 재정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60%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 업무경비 삭감·조직개편·세입구조 개혁 추진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며 네 가지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를 감액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또 일회성 행사와 선심성 예산을 전면 차단하고, 관행적으로 추진돼 온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도 전면 재평가하기로 했다.
다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필요한 민생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참모조직과 실·국, 공공기관 조직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혁신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소비세 확대와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 배분 개선,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 완화 등 세입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혁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이를 바로잡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그 부담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어려움을 다음 세대의 빚으로 넘기지 않고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며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