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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1-25 22: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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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호 더불어의 집 목사 - 유심출판사 작가, 시인,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형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엑소의 <으르렁>, 빅뱅의 < 뱅뱅뱅>, 크라잉넛의 < 말달리자>, 이정현의 <바꿔> 등이 스피커를 뚫고 나온다. 아이들도 젊은이들도 중년들도 모두 방방 뛴다. 이게 바로 ‘광화문 클럽(?)’인가 싶다.


이날 클럽에서 정점을 찍은 곡은 바로 ‘스틸 하트’의 ‘쉬즈곤’이었다. “그녀가 가버렸다”는 그 곡이 울리자 클럽 사람들은 비장하게 그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모두 생목으로 그렇게 ‘초 고음’을 따라 부르면, 누군가 내려오실 듯이 목 놓아 불렀다. 난 순간 그분이 내려오시는 줄 알았다.


이 현장은 사실 클럽이 아니다. 지난 19일 토요일 밤 10~12시까지 벌어진 촛불시위 마지막 현장이다.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일이 커져버렸다”는, 이 클럽(?)을 주도한 사회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다. 이 일이 있기까지 이런 과정들이 있었다.


<데이트 커플에 오붓한 가족나들이 현장.>


전국 100만 촛불 모이던 지난 토요일 밤, 나도 광화문에서 ‘한 촛불’ 했다. 평소 안성 촌구석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놀다가, 한양 오니까 좋긴 좋다. 평균 연령대가 최소 50~60세는 낮춰진 듯하다.


수능마친 고3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갓난아기는 아빠가 안고, 네 살 박이 아이는 엄마가 유모차를 태운 것도 보인다. 청춘남녀 커플은 눈에 밟힌다. 순간 데이트 코스인 줄 알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건 시위현장이 아니다. 시위현장이라면 적어도 전투경찰이 앞에서 대치해줘야 한다. 전투경찰은 방패를 들고 있고, 시위대는 각목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스크와 모자 정도는 쓰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양보를 해도, 시위현장이라면 ‘시위현장 특유의 긴장감’은 있어줘야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위현장 특유의 긴장감’은 ‘1’도 없다. 사람들은 모두 웃거나 재잘거린다. 시위현장에 왔다고 여기저기서 ‘인증 샷’을 찍느라 야단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사회자의 심각한 소리는, 촛불들이 따라 하기만 하면, “박근혜는 하하하라” 즉 “웃어라”는 소리로 들린다. 이 그림들은 아무리 봐도 콘서트 장 느낌이 ‘딱’이다.


<60만 명의 ‘떼창’, 애국가가 이리 감동스러운 곡이었나.>


이날의 정점은 오후 7시경, 혜성처럼 나타난 가수 전인권의 ‘콘서트(?)’였다. 그가 나타나자 60만 촛불은 일제히 환호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앗! ‘상록수’다. 60만 촛불이 ‘떼창’을 하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곡 ‘걱정말아요 그대’, 그리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60만이 부르는 애국가. 애국가가 이리 명곡이었던가. 벅차고 벅차다.


어쨌거나 울 대통령님은 참 많은 것을 해내신다. 60~100만 명의 장엄한 ‘떼창’을 지난주에 이어 또 이끌어 내신다. 끝나고 60만이 행진할 때는, ‘하야 패러디 곡’들이 쏟아진다. “하야 하야 하야~~”, “너는 아니다, 너는 아니다......” 등등. 이런 곡들이 며칠이 지난 지금도 입에서 뱅뱅 돈다.


8시 경부터 촛불행진이 시작되면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아무것도 하지마라”등의 구호가 천지를 진동한다. 그 대열에 노부부도, 젊은 커플도, 아이를 업은 부부도, ‘돌싱’도, 솔로도, 학생도 모두모두 동참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심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 청와대가 코앞인데, 이리 유쾌해도 되나 싶었다.>


그렇게 행진하다가 최후에 멈춰선 곳, 바로 문제의 장소다. 청와대 앞 광화문광장이다. 10시가 넘어가니 갈 사람은 갔다. 청와대가 제일 가깝다는 곳에 ‘노동당 앰프 트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때,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는 첫 일이 발생한다.


마이크를 쥔 사회자가 “길라임 양이 좋아 한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오는 OST 어때요?”라고 외치자, 촛불들은 “좋아요”를 외쳤다.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은 우리’는 일을 내기 시작했다.


이리하야 앞에서 말한 대로 ‘광화문 클럽’이 시작된다. 12시가 다 되도록 뛰고 논다. 음악이 나오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아무것도 하지마라”를 외쳐주는 건 기본이다. 모두 이렇게 밤새 자고 난리였지만, 사회자가 체력이 고갈되어 아쉽게 클럽을 마쳤다.


사실 그 옛날엔 시위한번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나도 ‘87년 민주화 항쟁’때, 부산에서 시위하다가 두 번이나 경찰에게 체포당할 뻔 했다.


처음엔 전경들이 시위대를 토끼몰이 하듯 한 곳으로 몰아 포위한 곳에, 내가 있었다. 그땐, 가방을 들고 지나가는 학생인 척해서 전경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부산역 대합실에서 전경과 대치하다가, 부산역 문이 열리고, 시위대는 선로에 주차한 열차로 몸을 숨겼다. 나 또한 열차 우편물 칸 화장실에 숨었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학생들이 전경에게 붙들려가고 있었다. ‘언젠가 저 화장실문도 열리겠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숨어있는데, 화장실 문을 누가 두드렸다. 이렇게 잡히는 건가. “학생, 경찰들 갔으니까 나와”. 우체부 아저씨였다.


<시위하다가 두 번이나 체포당할 뻔 했던 시절은 가고>


이런 경험이 비단 나만의 경험이랴. 광주시청 앞에서, 부산 서면뒷골목에서,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민주’를 외치다가, 실제로 잡혀가 모진 고초를 당한 분들이 얼마나 많으랴. ‘이한열과 박종철’은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그 시절엔 시위라고 하지 않고 ‘데모’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긴장감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이렇게 유쾌하게 시위하는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투쟁이 아닌 축제’로 인식하는 세상이 왔다. 참으로 고맙다. ‘박근혜 퇴진시위’가 우리에게 아주 신명난 민주주의를 선물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민주운동’이라고 하면 ‘과도하게 긴장하는 투쟁’보다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축제’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게 모두 ‘민주화’를 위해 피땀 흘린 선배들 덕분이다. 아무리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할 지경에 왔다 해도, 우리나라 시민의식은 참 많이 진보하고 성숙해진 듯하다. ‘하야’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부터 성숙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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