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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1-26 13: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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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차가워지고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계절.


부엌 한쪽 광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작과 불쏘시개로 쓰임을 다했던 마른 솔잎을 꾹꾹 담아 놓은 포대 자루. 이백포기가 넘는 배추와 갖가지 김치를 그득 버무려 놓으면 아무리 눈이 내리고 추워도 걱정 없을 정도로 월동준비 끝이라고 하셨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언젠가 야트막한 산으로 가벼운 산행을 갔을 때 수북이 쌓여있는 솔잎과 삭정이 나무 가지가 여기저기 널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긴요히 쓰일 자원이 버려지고 있구나하는 짧은 생각도 했었다.


김장은 이웃과 함께 하는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일정을 잡고 내집 김장처럼 척척 분담하여 그 많은 배추를 절이고 씻고 속을 넣으면서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큰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었다.


안주인은 김장하러 오신 이웃들의 발이 시려 울까봐 두꺼운 버선을 준비하고 얼큰하고 뜨끈한 동태국과 맛깔스런 반찬을 마련해서 지치지 않도록 배려했었다.


핵가족이 되면서 빨간 고무 통이 마당에 수 십 개씩 널려 있었던 풍경들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지금은 절임배추도 나오고 점점 김장하기가 수월해졌으며 저장해 놓지 않더라도 언제든 원한다면 배추와 무를 구입할 수 있고 김치공장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사먹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대신 지금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김장을 수천포기씩 한다.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복지시설, 무료급식 등 김치가 필요한 곳과 나눔 하기 위함이다. 개인과 단체가 모여 김치를 만들고 포장하여 가정까지 배달하는 모습은 이때쯤의 나눔 행사 중 큰 것이다.



▲ 차가운 계절이라 더욱 감사한 김장 담그기 나눔현장


기자는 올해 배추를 포함한 모든 야채 값이 폭등하여 김치공장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사먹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는데 주변에서 배추와 무를 얻어주어 얼떨결에 김장을 했다.


배추 값 폭등으로 김치를 후원해 주셨던 분들의 손길이 많이 줄어들어 걱정하는 소식을 들었다. 야채 값이 폭등해도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은 계속될 것이고 김치는 먹어야 할 음식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옛사람도 가고 없고 여럿이 모여 품앗이로 어울려 김장을 담그던 풍경도 흔치않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의 인정은 남아 새로운 김장 담구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왁자하게 모이고 모여 즐거운 마음과 웃음으로 김장을 하는 모습은 예전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김치 한 조각이 그 누구의 한 끼 밥상을 맛깔스럽게 만들어 주었을 거란 생각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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