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결핍 넘어 ‘다정함’으로…도서출판 이um ‘이um 시선 007’로 선보여

[우리타임즈 = 김영식 기자] 정선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초록이 나를 보았다』가 도서출판 이um의 ‘이um 시선 007’로 출간됐다.
2012년 《문학과의식》 신인상과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정선희 시인은 이번 신작에서 우울과 슬픔, 결핍과 상처를 외면하거나 밀어내기보다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감각으로 전환한다.
시집에는 표제작 「초록이 나를 보았다」를 비롯해 「오랜 우울에게」, 「우주적 솔루션」, 「킨츠기 봄」, 「슬픔의 눈금」, 「결핍이라는 자원」, 「울음 동호회」, 「나는 내 편이 아니었다」, 「다정한 것들이 살아남는다」 등 총 59편의 시가 4부에 걸쳐 수록됐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 시선은 ‘다정함’과 ‘상처의 재해석’이다. 시인은 냉소와 자기부정, 길고 긴 우울의 시간을 지나면서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손을 내미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다정한 것들이 살아남는다」에서는 한때 냉소적인 태도를 ‘멋’으로 여겼던 젊은 날을 돌아보며 “나는 나를 좀 더 / 다정하게 대하기로 했어”라고 고백한다. 타인을 향한 다정함에 앞서 자기 자신부터 돌보고 이해하려는 성찰은 개인의 상처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언어로 확장된다.
「킨츠기 봄」에서는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수선 기법인 ‘킨츠기’를 통해 관계와 상처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경계 너머에서 불어온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이 자동차 안으로 뛰어들고, 꽃잎의 상상이 자동차의 속도를 얻으면서 ‘우리’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그리고 시인은 “꽃 아닌 상처란 없다”고 말한다. 부서지고 상처 입은 것들 속에서 오히려 “찬란하고 오묘한 빛무리”를 발견하며, 상처를 감춰야 할 흠결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지도를 펼치는 계기로 바꿔놓는다.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일상의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20억 년 전 지질 시대의 바위와 중생대의 공룡에서 태초의 빛, 몽골 사막의 별, 우주를 항해하는 보이저 1호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시간과 광대한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가까운 일상에서 풀리지 않는 인간의 문제를 더 먼 시간과 더 넓은 공간에 세워놓고 다시 바라보려는 시적 시도다. 자연과 인간,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허물면서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이 정선희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해설을 맡은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정선희의 시가 장구한 시간과 광대한 공간을 사유하면서도 그 지향점은 결국 ‘사람’에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적 사유와 우울·슬픔·결핍의 의미를 새롭게 뒤집는 현대적 감각에 주목하며, 현대적인 철학적 사유가 서정시의 언어로 구현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20회 모던포엠 문학상을 수상한 정선희 시인은 그동안 『푸른 빛이 걸어왔다』,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엄마 난 잘 울어 그래서 잘 웃어』 등의 시집을 펴내며 꾸준히 자신의 시적 영역을 넓혀왔다.
이번 네 번째 시집 『초록이 나를 보았다』에서 정선희 시인은 우울과 슬픔을 삶의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힘으로 바꿔낸다.
결국 이 시집이 말하는 ‘다정함’은 단순히 따뜻한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냉소와 무관심이 익숙해진 시대에 끝내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며, 상처 입은 존재들의 편에 서겠다는 시인의 조용하지만 분명한 선언이다.
우울과 슬픔을 건너 마침내 다정한 세계에 닿으려는 시인의 여정. 『초록이 나를 보았다』는 그 길 위에서 독자에게 건네는 한 권의 따뜻한 안부다.
한편 『초록이 나를 보았다』는 160쪽 분량으로 정가는 1만2천 원이며,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 문의는 도서출판 이um(02-780-2403)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