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분홍색 물기 머금고
잔디 위 소복이 떨어진
장미 아기단풍을 보며
널 생각했다
떨어지기 이른 나이
계절에 밀려
가을 해에 벌겋게
구워진 너의 얼굴을 생각했다
어린 날 어깨 위
올려진 짐은
버거운 한숨
안도의 축복
꽃이 아닌 인생은 없다
만개의 시절이 다르듯
늦은 개화를 오롯이 즐기고
천천히 떨어지고
사분히 늙어가라

임향순 시인
* 여주 출생, 『한국 작가』 겨울호 ‘시’ 신인상 수상(2025)
* (현) 동여주농협 상임이사
* 여주세종문학회 이사, 여주수필동인 구인회 회원
* 수필동인지: 『쉼, 다시 걷기』 2~5(2022~2026)
(박용진 시인 / 평론가) 장미만큼 아름다운 꽃은 드물다. 활짝 핀 미혹의 자태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 같지만 피어있음은 소멸을 향하는 예비의 순간은 아닐까. 꽃은 피어있지 않은 시간이 더 많기에, 잠시 핀 순간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계절은 선형의 시간으로 움직인다. 더위를 지난 가을의 초입에서 온전하게 성숙하기 전에 떨어진 잎을 본다. 순차적으로 맞이하며, 만물은 어차피 쇠락에 다다르지만 어째서 일찍 져버렸는지 모를 낙엽에 시인은 질문한다.
삶은 때론 예기치 않게 전개되기에 실의와 회상, 망각과 희망이 반복한다. 주변에서 넘쳐나는 소멸을 하나씩 짚어갈 순 없지만 어쩌다 시인에게 포착된 어린 낙엽을 통해 현전(presence)과 사라짐에 대한 사유를 확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