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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2-11 2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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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 남긴 여운처럼 / 봄에서 겨울로 / 미움에서 사랑으로 /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고 있다"              -詩人 구로산 강요식 ‘새겨진 문신에서’-



▲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조락의 계절 위로 비가 내린다.


잎을 내리고도 품격을 잃지 않는 젖은 나무들을 보며 겨우살이에 힘이 붙는다, 안간힘을 쓰고도 박봉인 월급날 먹고 마시며 생의 헛헛함 내려놓던 삼겹살집 연기처럼 잠시 눈동자를 그렁거려도 좋을 빗소리는 위안의 위로주 같다.


12월,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끝 또는 맨 나중이긴 하지만 새로운 또 다른 한 해를 위해 그려보는 밑그림의 시간이기도 하다.


구겨지고 상처받은 마음 곱게 다림질 하며 즐겁고 행복한 인생일기의 채색을 위해 물감을 배합하고 의기소침의 날들 후련하게 날려 보내는 희망 가득한 달, 나는 아직 다 읽지 못한 마지막 페이지 더 감동 깊은 일화로 남기기 위해 이른 아침의 출근길 바라본 헐벗은 나무가 아님에 눈시울이 적셔진다.


또동또동 굿거리장단을 치며 내리는 겨울비 소리에 은근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문풍지로 바람의 틈을 메우고도 낡은 창문은 요란하게 운다.


지금 실내의 화초들은 평화롭다. 온실 속 삶 밖의 세상을 모르는 화초에게 비바람이란 풍경은 세상의 뼈만 남은 자들에게 겸허하게 물어 보아야 알 수 있는 답안지가 아닐까.


제동씨는 마트 정육 코너에서 기계로 고기를 자르고 쓸고 손질하는 일을 하는 성실한 젊은이다. 얼마 전 둘째 아기가 백일을 맞아 늘 싱글벙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평범하고도 자상한 아빠이기도 한데 우연히 하얀 유니폼 소매을 걷고 보인 손목을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우직하게 일만 하던 인대가 늘어난 그의 손목은 칭칭 붕대가 감겨 시큰거리는 직업병 고통스런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다.


웃음 뒤에 감춰진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우리는 슬픔이라 말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라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상처를 가지고서야 아름다워지는 세상살이의 고된 이름표를 가진 자들이 아직 많은 세상, 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그들. 삶의 질이 조금만 더 나아 질 수는 없을까. 태어나서 죽기에 이르는 동안 사는 일이 누구나 평등해야 옳지 않은가.


하나씩 불신이 드러나고 소음 가득했던 날들로 사람들의 정서가 무너졌던 한 해. 겨울비 내리는 12월.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배를 타야한다.



詩人 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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