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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돌싱남 이야기가 이렇게 발랄해도 되나” - <슬퍼대디? 슈퍼대디!>를 읽은 후 ‘돌싱’을 다시 바라보다.
  • 기사등록 2017-05-14 18: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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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호 더불어의 집 목사 - 유심출판사 작가, 시인,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뭔가 사기캐릭터 같다.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는 순간 든 생각이다. 표지 사진은, 만화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이 우습게 변할 때 보이는, 딱 그 모습이다. 만화캐릭터가 너무(?) 발랄하다.


<너무나도 유쾌발랄한 표지는 혹시 사기캐릭터?>


엥! 내가 책을 잘못 골랐나? 다시 봐도 제목은 ‘슬퍼 대디? 슈퍼 대디! 돌싱일기 남자편’이라고 되어 있다. ‘돌싱’이야기가 맞는데...... 의도적 조작인가?


그 밑에 소개 글은 한 술 더 뜬다. ‘친구 같은 아빠와 섹시한 돌싱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어느 돌싱남의 유쾌발랄한 생활 일기’라고 되어 있다.


아무리 이혼의 아픔을 극복한 남자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유쾌발랄한 생활일기’라니. 책 읽게 만들려는 상술(?)냄새가 아무래도 진하지 않은가. 물론 돌싱남 이야기가 온통 무겁고 힘들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쾌발랄하다는 건 오버라도 너무 오버 아닌가.


가만히 보니 부제 또한 수상하다. ‘돌싱일기 남자편’이다. 그렇다. 지난해 출간된 <돌싱일기(김세라 글, 유심 펴냄)>의 후속이라 할 수 있다. 김세라의 <돌싱일기>가 ‘여자편’이었다면, 이창영의 <슬퍼대디? 슈퍼대디!>는 ‘남자편’인 셈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냄으로서 유심출판사는 ‘돌싱전문 출판사’로 거듭나려나 보다.


표지에서 보여준 ‘유쾌발랄함’과 ‘돌싱전문 출판사 같은 느낌’이 ‘사기캐릭터’인지 아닌지 여러분이 읽고 판단할 일이다. 

 

<“난 엄마나 없는 게 아냐. 같이 안 살 뿐이야”>


작가 이창영은 책을 열자마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올해로 아내와 이혼한 지 14년이 되었다. 신혼의 단꿈을 꾸었던 때로부터는 19년이 흘렀다(포롤로그)”. 그는 현재 고3 아들과 산다.


그도 역시 이혼하고 나서 만난 주위의 시선은 만만찮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이혼을 하게 될 줄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 (16쪽)”고들 했다. 뭐 그럼, 주인공인들 그랬으랴. 결혼하면서 ‘이혼하고 말테다’까진 아니어도, 이혼을 염두에 두고 결혼하는 커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돌싱일기 여자편>에서도, <돌싱일기 남자편>에서도 공통적인 어려움은 자녀에 대한 거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내게 아버지의 역할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68쪽)”는 그의 고백이 아프다.


아들의 친구들이 “넌 엄마가 없잖아.”라고 놀릴 때, 그의 아들이 “난 엄마가 없는 게 아냐. 같이 안 살뿐이야”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짠하다.


“나와 부모님 몰래 유치원에 왔다갔다는 외갓집 식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독한 사람들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26쪽)”는 그의 이야기는 ‘돌싱’자녀와 ‘돌싱’들만의 고민이 묻어 있다. “아들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축하해주지 않는 졸업식을 최소한 두 번은 견뎌야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편함 속에서 아들은 더 힘들 것이다. (35쪽)”는 것도 그들만의 아픔이다.


그는 이것을 겪으면서 “이혼은 때때로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경우의 이혼은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와 쓰디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다(35쪽)”는 깨달음을 건진다.




<‘슬퍼 대디? 슈퍼 대디!’란 제목은 이유 있었다.>


앞에 이야기만 들으면 뭔가 우울하다. 하지만, 이 책 제목이 ‘슬퍼 돌싱? 슈퍼 돌싱!’이 아닌 이유가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혼은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아들양육은 그가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나는 아들에 대한 양육권도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내가 이혼남이 된다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유일한 존재는 아들이었다. 그리고 남들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증거도 아들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51쪽)”며 아들을 선택한 이유를 책에서 밝혔다.


그래서 그는 요즘 말로 무척 ‘노오오력’했다. 아들과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터키 여행까지도 갔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아들에게 진심으로 인정도 받았다.


그의 부모님 집에 얹혀살다가, 부모님의 요양으로 갑자기 독립하게 된 부자의 좌충우돌 살림살이 이야기는 유쾌발랄하다. 월례행사 집안청소로 뼈 빠진 날의 이야기와 양말 뒤집어 벗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부모님 밑에 있을 때, 항상 불만이었던 더위문제를 해결하려고 아들에게 큰소리 쳤다가, 전기요금폭탄을 맞은 일은 백미다.


“아들! 아빠가 이 정도 전기료는 낼만 하거든. 우리가 여름마다 얼마나 더위로 고생했었냐? 이제 그 보상을 받아야지?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사니까 얼마나 좋아. (123쪽)”라고 했다가, 그 해 여름 당장 “아들! 오늘 전기료가 나왔는데 평소보다 다섯 배나 나왔어. 관리비만 거의 100만 원이더라. 앞으로는 조금 덥게 살자. 창문도 열어놓고, 너무 더우면 그때만 에어컨 틀자(125쪽)”고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나라 평범한 가장들의 허세(?)같아 뿜었다.


<‘돌싱남’으로 사니 별게 다 좋더라.>


그는 ‘혼자 놀기의 달인’을 꿈꿀 정도가 되었다. 그는 ‘1 영화관에 간다. 2 책을 읽는다. 3 자전거를 탄다. 4 와인을 마신다. 5 음악을 듣는다. 6 혼자 걸어본다. 7 글을 쓴다’는 등의 혼자 놀기의 비법을 이혼 후 터득했다고 한다. 항상 작가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은 ‘한편의 명작을 남길 수만 있다면’이라며 상상 만해도 가슴 뛴단다.


그는 이어서 “돌싱으로 살면서 아내와 함께 사는 이들보다 자유로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나를 위한 돈 쓰기의 자유이고, 또 하나는 누군가와 만나는 것에 대한 자유다(167쪽)”라고 자랑한다.


“아무리 관대한 아내나 여자 친구도 남자와 여자가 와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주 모여서 술 마시는 것을 이해해주지는 않는다. 입장을 바꿔놓고 내 아내가 매달 몇 번씩 와인모임에 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면 무척 열을 받을 것 같다. (171쪽)”며 은근히 자신의 자유를 또 자랑한다.


“어느덧 세월이 지났다. 나는 이제 누구를 만나도 내 이혼 사실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내 심정을 이해해줄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특히 나와 각별하게 이러한 심정을 나눌 친구 그룹이 있다. 조금 웃기게 표현 하자면 ‘돌싱스’라고나 할까. 최소한 한번은 결혼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남녀들의 모임이다(231쪽)”며, 돌싱이 아니면 갖추지 못했을 인맥도 자랑한다.


<‘유쾌발랄한 생활일기’라고 한 진짜 이유.>


“내가 직접 아침을 챙기면서 주부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아침을 매일 먹고 다닌다는 주변의 남편들이 대단해보였다. 남편의 아침을 직접 챙겨주는 아내들의 헌신과 사랑을 알게 되었다 (129쪽)”는 그의 고백으로 봐선, 그는 이혼 후 오히려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된 듯이 보인다. 심지어 인생의 전환점이라 말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한 내 꿈(결혼에 대한 환상)은 좌절되었지만, 이혼은 이제 내 인생의 큰 부분이 되었다. 이혼하지 않은 나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고, 심지어 다시 돌이킬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이혼은 어설프게 결혼을 이해하고, 적당히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다는 나의 안이한 사고방식을 바꿔주었다(에필로그)”고 그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혼이라는 사건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주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진 대한민국아저씨가 되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회사 회식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과음과 직장 스트레스를 핑계로 아들 교육은 아내에게 맡기는, 무관심할 수 있어서 좋다는 가장이 되었을 수도 있다. 집안일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식사는 차려줘야만 먹는, 전근대적인 남편이 되었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에필로그)”며 자신의 심경을 털어 놓는다.


“이 모든 것은 가정일 따름이지만,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 역할의 부재로 인해 내 책임영역이 확장된 것은 틀림없다. 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사회 속에서 먼저 적응해서 살아가는 ‘얼리어댑터’가 되었다. 혼자 사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고, 신나는 경험과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에필로그)”는 그의 고백에 진심이 가득 묻어 있다.


아하, 이래서 ‘유쾌발랄한 생활일기’라고 했구나. 이혼 초창기에 겪었던 느낌과 달리 19년차 돌싱남에겐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프롤로그 제목이 ‘세상만사 새옹지마’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어느덧 여유 있는 중년 돌싱남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혼이라는 사건을 경험한 돌싱 남녀들에게 내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 자녀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다. 이혼은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기회라고. 이혼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혼에 대해 결코 위축되거나 좌절할 이유가 없다. 좀 더 나은, 새로운 상태로 가기 위한 변신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뿐이다(프롤로그)”는 진술은 그에게 있어서 오롯이 진실이었던 거다.


그나저나 나는 이런 성숙한 경험을 하려고 이혼할 수도 없고, 하하하. 그래서 이 책이 내게 소중하다. 24년차 부부로서 겪지 않은 간접경험이다. 이 책에서 의도한 대로 그들을 좀 더 ‘유쾌발랄한 이웃’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송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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