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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8 11: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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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의 닉네임을 아시나요, 예쁘게 말하자면 송골송골입니다.

   


▲ 유영희 詩人

태양의 속살이 달팽이집처럼 하우스를 폭격하는 시간을 피해, 새벽 세시 눈을 뜨면 가브리엘농장 자칭 낭만농부인 오이렐라 부부의 하루가 시작 됩니다.

 

일복바지를 입고 비닐하우스 개폐기를 올리고, 달콤하게 익어가는 하얀 멜론과 수박과 풀들과 눈인사를 하며 다리 사이에 거는 방석을 깔고 앉아 우아한 노동과 겨룰 준비를 하지요.

 

“사람들은 많이 안다고 말하지만 보라! 그것들은 날개가 돋쳐 날아가 버렸다. 모든 예술과 과학이, 그리고 무수한 발명품들이, 바람이 부는구나. 우리가 아는 것은 단지 그것뿐”-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서리뷰에서)

 

과학의 발달로 아무리 스마트한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어도 사람의 온기와 발자국 식물과의 대화 이런 마음으로 대하는 섬세하고 진정한 것들 없이 흙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그 의문을 이 글에 대입하여 봅니다.

    

농막 컨테이너에 허리를 펴고 누웠을 때, 별과 달이 농장의 지붕으로 들어 그녀를 위로 하는 밤, 그녀와 긴 통화를 했다.

 

숨 막히는 폭염의 시간들과 사투하며 초록과 하염없이 울고 웃으며 팔순의 친정엄마와 가브리엘 남편과 오롯이 세 사람의 힘으로 100일간의 앗싸멜론 여정을 들으며, ‘멜론이 가거들랑 두 손 부여잡고 오시게나’ 라고 노래하던 그녀의 존엄한 시의 속삭임 들으며 나도 그 여정을 함께한 일원인양 가슴이 벅찼다.


   

▲ 가브리엘농장 자칭 낭만농부인 오이렐라 부인이 건강하게 웃고 있다


두엄을 만들어서 찍어 먹어왔다, 웃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땅이다, 코를 처박고 킁킁거리며 흙내음 맡으며 폐 속에 흙의 기운이 목젖을 타고 전달되는 청량감 때문에 1차 산업을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모습에 진실이라는 단어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봄에 선주문 받은 멜론 수백 박스 택배 포장작업이 끝나고, 땡볕이 멜론이 떠나고 뽑혀진 줄기와 잎 널부러져 빈 공간을 태우는 날 농장을 방문했다.

 

낭만농부의 얼굴에 지난 밤 별들이 씨앗처럼 콩콩 박혀 더 아름다웠다. 사투의 시간은 저런 온화한 힘을 주나보다. 그녀의 반가운 맞이 인사는 참새처럼 명량하게 시끄러워 저런 싱싱하고 시원한 노래를 주나보다.

 

흰가루, 노균, 벌레란 삼박자가 첩자처럼 숨어들어 잠시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농사, 친환경 유기농은 비록 얼굴은 삐뚤고 못생기고 구멍이 났어도 사람이 중심인 올바른 생각을 부린 진정한 농심 때문에 가을에 거둘 또 다른 종의 멜론 수확을 위해 당신의 얼굴은 더 검어져야겠다.

 

“도시에서 실패하면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어야지” 도시의 쇼핑처럼 쉽지 않은 일, 저절로 익어가는 경험치 +1을 더하여 ‘농부’ 그 수난의 시간을 지켜본다.



[덧붙이는 글]
유영희 詩人 (사) 평택문인협회회원. 시샘문학회원. 문예사조로등단. 경기문학공로상수상. 평안신문칼럼게재. 개인시집 ‘어느 별자리를 가져도 좋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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